졸업식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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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전 나의 둘째딸은 여중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교육감상을 받았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졸업식에 참석했다. 얼마전만해도 이 지방에는 중·고등학교 졸업식때면 소란했었다. 오늘은 이 중학, 내일은 다른 고등학교, 또 모레는 저 고등학교식으로 날마다 졸업식이 계속되어 거리는 소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몇 해전부터는 학교끼리 협조가 잘 되어 중·고둥학교 졸업식은 같은 날짜로 정해졌고 학생들도 자숙하여 조용한 졸업식을 올리게 되었다. 남학생들의 음주방가도 자취를 감추었고 여학생들의 극장 출입도 없어졌다.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하여 발전하는가 보다. 그러나 금년 졸업식에는 색다른 일이 생겼다. 담임선생님께서 졸업생들이 선생님께 기념품대금으로 모아드린 돈을 학생에게 돌려 주셨던 것이다. 도교육위원회에서 유신이념 아래 부정부패는 있을 수 없으니 기념품대금 등을 학생에게 들려주라는 명령이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도의가 땅에 떨어져 부모에게 효도할 줄 모르고 스승의 은혜를 모르는 풍조가 휩쓸고 있다. 「잘살기 운동」만 알고 「착하게 살기 운동」은 잊고 있는것이 현대인이 아닌가. 선물값 돌려주기 지시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크지 않을까 어머니로서 걱정스러웠다. 사제간의 사랑마저 금가게 하고 서먹서먹하게 하는 처사가 아닐까. 형설의 공을 쌓고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값진 교훈은 스승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것일 것이다. 사도의 타락을 놓고 말도 많았으나 이 졸업식날의 야박한 처사는 우리 모녀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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