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려면 미국보다 유럽에 관심 가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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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이일드채권 투자자에겐 미국보다 유럽을 추천합니다. 단기적으로 금리 전망도 안정적이지 않습니까?”

 영국 런던에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본사에서 유럽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안드레 고로딜로브(사진) 매니저의 말이다. 유럽하이일드 펀드는 투기등급의 유럽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로, 30억 유로(약 4조3500여원) 규모다. 12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로딜로브 매니저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 표시 채권 외 다른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유럽의 경우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돼 금리가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데.

 “경기 회복이 더 진전됐기 때문에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는 리레버리징 사이클에 들어가 기업 부도율이 올라갈 확률이 높다. 향후 1년 이후엔 이 점이 점차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채권 등급 구성 측면에서도 3분의 2가 투기 등급 중 최고 등급인 BB등급 채권으로 구성돼 있는 유럽이 미국보다 안정적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돼 금리가 오르면 채권 투자가 불리하지 않나.

 “하이일드채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실적도 좋아진다. 그런 면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하이일드채권엔 기회가 있다.”

 -유럽의 내년 경제 전망은.

 “독일의 성장에 힘입어 내년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다. 시장에선 0.9% 성장을 예상한다. 재정위험국은 여전히 위험 요소이지만, 유로화가 단일 통화라고 해서 유럽이 단일한 투자 대상은 아니다. 또 유럽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사업을 하는 만큼 재정위험국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그 나라의 경기 변동에 100%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하이일드 펀드에 어떤 기업이 편입돼 있나.

 “세계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아르셀로미탈, 영국의 글로벌 은행 바클레이은행,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건자재업체 라파즈, 자동차 부품 제조사 콘티넨탈AG 등이다.”

 -유럽에선 내년에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

 “현재 유럽하이일드펀드엔 은행과 기초산업·자본재·경기순환 소비재·통신 같은 대형 업종이 많다. 내년엔 이들 업종 간 전망이 좀 엇갈린다. 유럽 경기 회복에 수혜를 볼수 있는 통신·케이블·필수소비재·금융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나 기초자산·자본재 업종은 올해보다 못할 듯하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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