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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연구보다 교육중심 표방 덕성여대 홍승용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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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한산 봉우리들이 지척에 보이는 덕성여대 캠퍼스엔 겨울 분위기가 물씬했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학교 건물들의 붉은 벽돌이 아직 녹지 않은 잔설과 어우러져 아늑한 느낌을 자아냈다. 11일 방문한 학교의 곳곳에선 또 생동감 넘치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도전하는 여성, 성공하는 덕성(Dare to Succeed)’. 올 2월 취임한 홍승용(64) 총장이 ‘덕성’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만든 모토다. 홍 총장은 “지성과 덕성으로 용기 있게 도전하자는 의미”라면서 “내실 있는 교육으로 한국의 여성 리더들을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위원장도 맡은 바 있다.

약학·디자인 등 리더 배출에 자부심

 - 덕성여대를 이끄는 소감은.

 “덕성여대는 내실이 탄탄한 교육중심대학이다. 학생 수가 6000명 규모로 학생 개인에 대한 밀착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소규모 세미나 강좌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면서도 국가 성장이나 복지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분야가 우리 대학에 많다. 약학, 유아교육, 심리학, 식품영양학, 디자인 계열 등 5대 분야다. 전통적으로 우리 대학이 강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블루오션들이다. 이들 분야를 특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분야의 여성 지도자를 우리가 키워내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 덕성여대의 발전 전략은 무엇인가.

 “덕성인증제 시행, 실용적·창의적 인재 배출, 학업·취업·창업의 ‘3업’ 교육 트랙 설정, 학생 제일(Student First) 정책 등이다. 우리 대학이 가장 큰 브랜드로 내거는 게 덕성이다. 대학 차원에서 입학 단계부터 인·의·예·지·신 등의 덕성을 높이려 한다. 과학적으로 개발된 테스트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정체성과 강·약점을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에게 적합한 학업과 취업에 관한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 있다. 덕성뿐 아니라 감성·체력을 균형 있게 갖춘 인재를 배출할 것이다. 덕성인증제는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한다.”

 - 3업이란 용어가 생소하다.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학업·취업 등 두 가지 ‘업’만 중시해 왔다. 여기에 창업을 추가한 것이 3업이다. 외국의 명문대들은 다 창업 트랙을 중시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창업을 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 대학에 있다. 창업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알게 하고, 창업 관련 경진대회에도 적극 도전케 하고 있다. 의의로 성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창업지원 공모전에서 우리 학교의 7개 팀이 선정됐다. 우리 학교에서 여성벤처창업전문가 과정을 수강 중인 학생들이다. 이 과정은 우리 대학이 3년째 진행 중이다.”

 홍 총장은 인터뷰 중 “덕성여대는 교육중심대학”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대학의 주요 기능은 교육과 연구다. 많은 대학은 이 중 한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그렇지만 총장 스스로 “우리 대학이 교육중심대학”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홍 총장의 말은 “덕성여대의 무게중심이 확실히 교육에 실려 있다”는 선언인 셈이다.

한 전공에 두 학과 교수가 협력 수업

 - 연구중심대학들과 차별화된 교육중심대학 정책은 어떤 것인가.

 “모든 정책이 학생 최우선이다. 연구중심대학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연구 성과를 가져오라고 하지만, 교육중심대학은 교수들이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토론한다. 나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바꿔 달라고 하면 적극 부응하고 있다.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애고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과목을 가르치려 한다. 대표적 사례가 ‘글로벌 통상법무 연계’ 전공이다. 이 전공을 수강하는 학생은 법학과 교수에게 법학을, 그리고 국제통상학과 교수에게 통상을 배운다. 의사 여럿이 한 명의 환자를 위해 협진하지 않나. 대학의 여러 학과도 한 학생을 놓고 협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대학이 디자인해 주려 한다. 융복합 추세에 맞춰 전공과 교양 과목을 전면 개편할 것이다.”

 - 여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21세기는 여성시대다. 여성의 특성이 강점이 된다. 이런 점이 여대로선 좋은 기회다. 미국 동부의 7개 명문 여대를 통칭하는 ‘세븐 시스터스’를 봐라. 학생 수가 3000명이 안 되지만 여성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자유교양교육(liberal arts)에 중심을 두고 미국 여성 리더들을 키워낸다. 중국·인도에서도 여대를 늘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성실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률·회계·금융·지적소유권·마케팅·고객서비스·홍보 같은 분야의 전문지식을 강화하려 한다. 여성 한 명을 잘 가르치면 부부가 똑똑해지고 자손이 똑똑해진다. ”

인턴십 기업 30곳서 내년 100곳으로

 - 학생들 취업을 위해선 어떤 지원을 하나.

 “우리 대학은 교육부·여성가족부 공인을 받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취업 분야를 찾아내게 돕는다. 기업들 대상으로 취업생에게 기대하는 능력을 파악한다. 센터가 학생과 기업들 간의 중개자 역할을 해준다. 자기분석, 목표 설계, 역량 강화, 성공 취업의 전 과정에서 취업생을 지원한다. 학생들의 인턴십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매년 30여 기업·기관에서 100여 명의 학생에게 현장 체험 기회를 주고 있다. 내년엔 이것을 100개로 늘리려 한다. 인턴십이 채용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취업 희망자들에겐 경영학, 프레젠테이션, 글쓰기 등을 이수케 해 취업 경쟁력을 높이게 하고 있다.”

 -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지냈다.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생각은.

 “대학을 세우기만 하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대학불사(大學不死)’ 시대는 갔다.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수도권·지방, 국립·사립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사회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대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가 대학에 구조개혁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반값등록금’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학교는 재단이 탄탄하지만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이 대다수다. 등록금은 묶어놓고 학생 수를 줄이라 하면 이런 대학들은 답이 안 나온다. 정부의 대학평가에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보다 많이 감안해줬으면 한다. 변화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대학이 좋은 대학이다. 과거 명성보다 미래의 비전을 준비하고 착실히 추진해 가는 대학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덕성여대가 바로 그런 대학이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성시윤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홍승용 총장=1949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경복고, 고려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 경희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해양수산개발원 원장(97~99년), 해양수산부 차관(99~2002년)을 거친 해양 전문가다. 인하대 총장(2002~2008년),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2009~2011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2011~2012년)을 역임하고 지난 2월 덕성여대 9대 총장에 취임했다.

"학업·취업·창업 3업 키우는 여대, 벤처 공모전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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