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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춘 한국공연 앞두고 국내 유명 음악가들이 말하는 세계 제1의 교향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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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제1의 대교향악단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가 오는 3월27일·28일 서울에서 두 차례의 역사적 공연을 갖는다.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의 내한연주는 80여년의 우리나라 음악사상 처음 맞는 대성사로서 국내악단과 음악애호가들을 위해 크게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엔나·필의 내한을 앞두고 비앤·나와 관계가 깊은 중진음악가들을 모시고 비엔나·필의 역사와 서·구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특성 등을 들어보았다.
조=전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이 갈망하던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가 내년 3월 드디어 한국에 온다는 것은 우리 음악인들의 커다란 기쁨입니다.

<세계의 음학인이 동경>
비엔나·필의 내한은 우리 음악사를 길이 빛낼 일이며 또 악단 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렇게 좋은 교회집단을 초청하는데 성공한 중앙일보의 노고에 음악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려야겠읍니다.
김만=우리 국민에게 주는 문화적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장=비엔나·필의 연주는 유럽에서는 물론 비엔나에서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서울에서 들을 수 있게 되다니 감회가 깊고 오히려 믿어지지가 앉을 정도예요.
조=비엔나는 서구음악의중심지며 세계의 음악인들은 비엔나에 갈적마다 그 곳의 음악고적을 찾고 또 비엔나·필의 연주를 듣습니다. 비엔나·필을 원어로는 비엔나·필 하모니카라고 하죠? 김창환 선생님이 비엔나에서 오래 공부하셨으니까 잘 아시겠군요.
김창=비엔나·필은 l842년 오토·니콜라이라는 유명한 음악가에 의해 창립됐읍니다. 나폴레옹 전쟁이후 국치를 이루었던 서구의 낭만주의가 비엔나·필을 만든 것이죠. 서구 고전음악을 탄생시킨 비엔나의 숭고한 음악성을 그대로 지켜오는데 비엔나·필의 역할과 특징이 있읍니다. 현대세계에는 새로운 음악풍조가 많지만 비엔나에 흐르고 있는 전통을 지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매우 고고한 교향악단입니다.

<사랑과 감동 주는 정주>
김달=비엔나·필의 연주를 지금도 니콜라이·콘서트라고 부릅니다. 창설자 오토·니콜라이는 작곡가며 지휘자로 음악사에 남을 일을 많이 했어요. 비엔나 궁정 오페라단의 전속 오키스트러로 매일 밤 궁정 오페라를 반주하다가 처음엔 1년에 춘추 2회 교향곡·협주곡 등을 밖에서 연주하기로 했어요. 이 궁정 오페라 관현악단이 밖에서 연주할 때 비엔나·필 하모니카라고 불렀죠.
그 첫 연주회가 1842년3월28일이었읍니다.
장=어떻게 이번 한국연주회 날과 같은 날이군요. 첫 연주회 날부터 꼭 1백30년이 되는 셈이지요. 우연의 일치치고는 역사적이고 너무 기막힌 날인데요.
김만=그렇군요. 하이든으로부터 모차르트 베토벤까지 고전음악의 거장들이 모두 비엔나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비엔나는 바로 고전음악의 중심이지요. 특히 고전시대의 음악에 있어서 비엔나·필은 베를린·필 등 다른 오키스트러들이 도저히 따르지 못하는 음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베를린·필이 다이내믹하고 박력 있고 위압적인데 비해 비엔나·필은 눈물을 흘리게 하고 사랑을 느끼게 하고 감등을 안겨주는 그러한 연주라고 할 수 있읍니다.
김달=비엔나·필과 베를린·필 뉴요크·필 등 3대 교향악단을 두고 그 수준을 논할 수는 없지만 음악의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비엔나·필에 비교할 수가 없읍니다.

<일품인 피아니시모>
장=유럽에서는 비엔나·필과 베를린·필이 쌍벽을 이루고 런던·심퍼니는 수준이 좀 떨어져요. 그러나 베를린·필은 카라얀의 베를린·필이지 카라얀 없는 베를린·필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비엔나·필에도 지금 훌륭한 종신 지휘자 클라우디오·아바도가 있지만 그보다도 비엔나·필에는 그 자체가 갖는 전통적 특성이 있어요. 전통을 따지는 유럽에서 비엔나·필과 베를린·필은 비교할 수가 없어요.
조=비엔나·필은 관과 현 양자의 아름다움을 겸한 교향악단입니다. 특히 피아니시모를 냈을 때 다른 오키스트러에서는 차분히 가라앉은 기분을 느낄 수가 없어요. 비엔나·필의 피아니시모는 청중들을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녹여버리게 해요. 한마디로 따뜻하고 감미로운 연주라고 할 수 있어요.
김만=다른 오키스트러에서는 관과 현의 톤이 달라요.
비엔나·필에서는 관과 현의 소리가 똑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융화지요. 연주에 있어서는 피아니시모에서 가장 테크닉이 잘 나타납니다.
김창=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엘레간트라는 말을 잘 씁니다. 우아하다는 뜻이지요. 바로 그 우아한 것을 제일 잘 살리는 오키스트러가 비엔나·필입니다.
비엔나·필의 연주는 아늑하고 따스하고 포근한, 마치어머니 가슴에 파묻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조=말씀 잘 하셨습니다. 아마도 알프스 산을 낀 오스트라아의 산수가 아름다와서 그런 모양입니다. 유럽에서도 오스트리아 미인을 제일로 쳐요. 북구미인은 육감적이지만 오스트리아 미인은 바로 우아한 미인입니다. 유럽 도시 중에서도 비엔나만은 지하수를 그대로 식수로 하고 있으니까요.

<단원엄선, 여성은 안돼>
김달=비엔나·필의 연주자들은 우선 체질과 기질이 달라요. 그들은 어려서부터 음악 속에서 살아왔고 비엔나의 전통적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어요. 비엔나·필은 비엔나의 정통음악을 잇기 위해 단원들부터 엄선하고 있어요. 단원들은 오스트리아인이어야하며 특히 비엔나인로서 비엔나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는 부자·형제지간도 많지요.
김창=비엔나·필이 이제 편성상으로는 다른 일류 교향악단과 다름이 없지만 그들은 비엔나의 전통음악을 지키고 또 그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읍니다.
단원들은 국가공무원의 신분이지만 그들에 대한 대우는 놀랄 정도예요. 비엔나·필이 바로 비엔나의 심벌이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비엔나·필은 여성단원을 쓰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요.
장=저는 64년 학생때 비엔나·필을 들었고 지난 6월에 다시 들을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귀에서 그 연주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미리 표를 부탁해서 들었는데 그 표 사기가 굉장히 힘든가 봐요.
조=저는 58년도 비엔나에 있을때 처음들었는데 1년전에 표가 다 매진 됐더군요. 오스트리아는 물가가 싼 편인데 학생들을 위한 입석이 50실링(약8백원)이었어요.

<종신 지휘자 아바도>
김만=작년여름 잘츠브르크 음악제에서는 50달러(약2만원)씩 하더군요.
김달=비엔나 사람들은 아버지가 죽을때 아들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3가지 있대요.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비엔나·필의 예약 티키트라는 거예요. 대대로 내려오면서 그 관람석을 물려주는 거죠. 그러니까 1년 시즌 중 예약된 좌석 외에 남은 것만 팔기 때문에 여행객은 도저히 살수가 없지요.
조=이렇게 유명한 비엔나·필이 그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종신지휘자로 맞이한 클라우디오·아바도의 실력은 어떻습니까?
김만=작년여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아바도의 연주를 듣고 또 직접 만나봤습니다. 현대의 거장으로 레너드·번스틴 헤르베르트·폰·카라얀 칼·뵘 라파엘·쿠벨릭 등이 있습니다만 유진·오르만디는 10년전 런던의 기자회견에서 유망한 젊은 지휘자로 아바도와 로린·마젤 주빈·메타 오자와·세이지 (소택정이)를 꼽았읍니다.
현재 마젤은 클리블랜드·오키스트러에, 메타는 로스앤젤레스·필에, 그리고 오자와는 샌프런시스코와 보자와는 샌프런시스코와 보스턴·심포니를 겸하고 있읍니다.
올해 39세의 이탈리아인인 아바도는 밀라노에서 태어났지만 음악의 메카인 비엔나를 무대로 택했어요. 마젤 메타 오자와처럼 미국에 가면 돈도 더 벌수 있지만 아바도가 정통음악을 지키기 위해 비엔나를 택했다는 것 하나만을 봐도 세계를 흔드는 지휘자로서의 깊이와 자세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지휘자입니다.
김창=1956년이래 상천지휘자가 없이 자주적으로 이끌어오던 비엔나·필이 젊은 아바도를 종신지휘자로 추대했을때는 아바도의 위치는 우리가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김만=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아바도는 58년 탱글우드와 쿠세비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다시 비엔나·아카데미에 입학, 한스·스바로브스키에게 사사했읍니다.

<모차르트 음악의 으뜸>
오자와와 메타가 현대적 감각을 혼합해서 재창조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아바도는 가장 전통적이며 온건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요.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에 있어서는 현대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어요. 그는 음보가 되지 않으면 아예 지휘를 하지 않는답니다. 아바도는 하루 종일 스코어와 함께 살고 스코어에 얼굴을 묻고 자는 사람이예요.
▲김달=비엔나·필에는 한때 지휘자로 문제가 있었죠. 30년대부터 칼·뵘과 카라얀 사이에 알력이 심해 한 사람이 지휘봉을 잡으면 다른 사람이 물러나고 서로 시소를 벌였죠. 그 후 계속 상임이 없었는데 아바도를 종신지휘자로 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조=비엔나·필이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은 어느 교향악단이 따르지 못하는 일품이예요. 이번 내한연주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를 고루 들었으면 좋겠어요.
김만=이를 뿐이니까 너무 아깝습니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브루크너도 넣어 되도록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김달=비엔나·필이 온다니까 우리 음악가들은 긴장해져요. 일생에 언제 또 기회가 있겠읍니까?
김창=우리의 전체 음악가들이 같이 비엔나·필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비엔나·필을 듣고만 보낼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좀 배워야할 것입니다.
조=비엔나·필을 얘기하니까 그분위기에 도취해서 다시 비엔나에 와있는 것 같이 착각이 됩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려지고요. 아마도 그런 기분은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비엔나·필을 맞는다면 마찬가지일 거예요. 비엔나·필은 바로 비엔나의 자랑인 동시에 전세계인의 동경이니까요.

<참석자>(가나다 순)
김달성<작곡가·단국대 교수>
김만복<지휘자>
김창환<바이얼리니스트·서울시향악장>
장혜원<피아니스ㅡ·이대 교수>
때: 72년12월16일
곳: 본사회의실 <기록·정리=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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