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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영도자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호칭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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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이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뒤는 김일성 동상. 김정은은 이곳을 다녀온 직후인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했다. [사진 노동신문]

장성택(67·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위대한 영도자’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2년 전 정권 세습 이후 김정은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이나 ‘최고 영도자’로 불려왔다. 중앙일보가 10일 북한 관영매체의 최근 영상·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일자 노동신문에는 ‘전국 건설 부문 책임일꾼 대회’ 참가자들이 도착한 평양역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쓰인 붉은 현수막이 드러났다. 장성택 숙청이 결정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도 왼편에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는 대형 구호가 등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에 집권한 뒤 ‘위대한 영도자’로 불렸던 것처럼 김정은도 호칭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이 강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장성택과 그 파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일성과 김정일은 정적이나 반대 세력들을 숙청하고도 잔존 세력들을 제거하는 데 대체로 2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최창익 부총리가 김일성을 제거하려다 들통나 대규모 숙청으로 이어졌던 1956년 8월 종파사건, 장성택 숙청과 유사한 76년 6월 김동규 사건 역시 그 추종 세력을 뿌리 뽑는 데 2년이 걸렸다.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의 공식 등장을 앞두고 진행된 심화조 사건도 97년부터 3년간 진행됐다. 잔존 세력들에는 반당종파분자, 간첩, 부정부패자 등의 혐의가 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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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지난달 하순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에 이어 지난 8일 이뤄진 장성택 숙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은 “김정은은 젊지만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가 해 왔던 정치사를 꿰뚫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장성택이 반당·반혁명적 종파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미뤄 앞으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예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북한은 ‘장성택 일당’ ‘장성택 추종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장성택 추종 세력에 대한 숙청이 이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북한은 장성택 숙청에 앞서 연초부터 장성택을 집중 감시하며 내사를 한 데 이어 지난 10월부터는 장성택 주변 인물은 물론이고 해외에 파견된 식당 종업원들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조만간 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세대교체 작업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세습한 이후 고위 간부 중 일부가 교체되는 등 세대교체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조만간 65세 이상의 군 간부들을 퇴직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 임명되면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군 고위 간부들에게 일종의 ‘퇴직’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김정일 사망 이후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부장 등 군 최고 간부들이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교체됐다”며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앞두고 70대 노령의 군 간부들을 퇴임시키기 전에 ‘장’ 자리를 하나씩 챙겨주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 직위를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 등 최고위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다. 별 셋 이상이 맡고 있는 군단장급도 최근 들어 44% 넘게 교체된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고위층에선 이미 세대교체가 시작됐음을 시사한다. 정부 당국자는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공고화를 꾀한 김정일이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면서 시나리오를 짜놨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대적인 숙청의 회오리와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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