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로에 처넣고 싶다" 장성택 처형 여론몰이 나선 북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10일 노동신문이 장성택 숙청에 대한 노동당 결정을 지지하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실은 사진. 신문에 따르면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의 간부와 근로자들이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최후의 승리를 위해 전진하자며 결의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평양이 장성택 성토장으로 변했다. 관영 선전매체와 주민들을 총동원해 장성택 숙청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9일 조선중앙TV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8일, 평양)에서 끌려나가는 장성택의 모습을 공개한 북한이 10일에는 노동신문의 4면 모두를 할애해 장성택 사태에 대한 주민 반응을 실었다. 기업소·공장과 협동농장·대학·지방당 등에 소속된 10여 명이 동원됐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국가과학원 수학연구소 김성윤 소장은 “감히 장성택 따위가 하늘의 해를 가려보자고 헛손질을 하다니 될 말인가”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상징한다. 김일성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곳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김일성 생일(4·15)은 태양절로 불린다. 과학원 소속 수학자의 말을 빌려 장성택이 김일성·김정일의 권위에 도전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거칠고 섬뜩한 표현도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열관리공 이영성은 “당장이라도 장성택과 그 일당의 멱살을 틀어잡고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쥐새끼들”이란 말도 했다. 신문 곳곳에는 장성택을 비하하는 표현이 나타난다. ‘미꾸라지’ ‘쥐새끼’ ‘인간오작품(불량품이란 의미)’ ‘인간추물’ 등으로 다양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직장장 전영일은 “그놈들을 남김없이 강선(천리마제강의 옛 이름이자 별칭)에 보내 달라. 저 전기로 속에 몽땅 처넣고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려도 직성이 풀리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은 장성택이 1970년대 일시적 과오 때문에 혁명화교육을 받으면서 쇳물공정 등을 맡았던 곳이다. 전영일은 “우리 아버지는 50년대부터 전기로 앞에서 쇳물을 뽑아냈다”며 “전후 복구 시기 당 안에 기어든 종파분자들을 전기로 속에 처넣겠다고 하던 우리 부모들”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택을 북한 최대의 반혁명 사건인 8월 종파사건(56년) 당시의 인물들과 견준 것이다.

 장성택에 대한 처형을 요구하는 주장도 수차례 나왔다. 황해남도농촌경리위원장 김진국은 “이 땅에 살아 숨쉴 자리는커녕 그 찌꺼기조차 남아 있을 자리가 없다”며 “가차없이 처단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 강서구역 태성협동농장 작업반장 박순실은 “장성택 일당은 짐승보다 못한 인간추물, 패륜패덕한들”이라며 “명줄을 내 손으로 결딴내고 싶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잡초를 제끼면 이삭은 더 알차게 무르익는 법”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종파분자들을 숙청한 노동당의 결정이 적절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규탄집회 등을 평양과 지방도시에서 열어 장성택에 대한 비판·처단 여론 확산에 나서며 체제결속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관련기사
▶ 北, 장성택 문란한 생활 폭로…'기쁨조'로 지목된 여성은
▶ 北 주민 증언, "장성택은 총살 당했고 김경희는…"
▶ "김정일 추모 방송인 줄…장성택 숙청 꿈도 못 꿔"
▶ 김정은에 '독재자' 비판하던 김한솔, 장성택 질문엔…
▶ "北, '張 숙청' 지난 2일 간부급에 알려…발표 미룬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