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초 이유태 동양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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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대미술대학장인 동양화가 현초 이유태씨가 지난 여름 인사동골목에 화실을 내더니 해를 넘기지 않고 개인전을 마련했다(5일∼11일 현대화랑). 여름 내내 화실을 지켜왔고 또 가을에도 비교적 작품활동 할 시간이 많았던 탓인지 출품한 30여 점이 과히 적지 않은 크기의 것들이고 또 각각 공들여 제작한 흔적이 역연하다.
『현초의 산수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현초의 인품을 들여다보는 듯 싶은 때가 있다. 맑고 고우면서도 허세가 깃들이지 않은 개운한 그의 그림들은 말하자면 현초가 지닌 그러한 심상의 솔직한 구현임이 분명하다.』 그의 독자적인 분위기로 대성한 이 화백에 대하여 평론가 최정우씨의 소개 글귀이다.
이 화백은 적어도 20여년 간 그의 독자적인 화풍에서 한 발짝도 곁길을 넘보지 않고 외곬으로 연륜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재평가되는 작가. 화업 초기에는 인물을 그렸다고 하지만 지금 그는 우리 나라 산천을 사생하는 산수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강산은 적막할 이만큼 고요하고, 유난스런 채색도 없다. 운무가 자옥하거나 ?설 속에서 오히려 표연한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보인 진채세필의 화사한 「모단」두 폭은 그의 수업역정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남화풍으로 대충 윤곽만 그어버리는 요즘 풍조에서는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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