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속의 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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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북조절위 평양측 조절위원단일행은 서울도착 당일로 첫 회담을 끝내고 저녁에는 만찬회·영화감상 등으로 서울에서의 첫 밤을 지냈다. 이날 아침녘에는 최저기온이 영상을 보였으나 하오부터는 뚝 떨어져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오가는 말, 나누는 술잔마다 화기가 어렸다.

<만찬회>
박 공동위원장대리 일행과 초청된 각계인사들(모두 90명)은 10명씩 9개의 원형식탁에 나눠 앉아 한정식과 매실주 등을 들며 유흥을 곁들여 서울의 첫 밤을 즐겼다.
하오7시 정각 삼청공원안에 자리한 삼청각 일화당에서 열린 만찬회에서 이후락 위원장의 환영연설과 박성철 위원장대리의 답사에 이어 약 1시간동안 서로 술잔을 나누며 정담의 꽃을 피웠다.
식사가 끝나고 9시쯤 삼청각 연예인단과 초청가수들로 구성된 연예인단이 「삼청각의 밤」이라는 「프로」로 1시간동안 통일의 노래, 흘러간 옛 노래 등으로 흥취를 돋웠다.
이날 삼청각 만찬회에 초청된 서울측 인사들은 조절위 남북적십자회담관계인사 및 학계· 종교계·언론계·체육회 등의 장과 그 밖의 사회저명인사들이었다.
만찬이 끝난 다음 평양측 일행은 숙소인 영빈관에서 『대원군』제목의 극영화를 감상했다.

<환담, 양측대표들 환담, 이틀째 회담 전에>
1일 이틀째 회의에 들어가기 전 이 위원장과 박 위원장대리는 5분 동안 환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서울측에서 이후락 공동위원장과 정홍진 간사위원, 평양측에서 박성철 공동위원장대리를 비롯, 부위원장·위원·간사위원이 모두 동석했다. 오고간 대화는 다음과 같다.
▲이=어제는 많이 늦으셨다면서요.
▲박=괜찮았읍니다. 편히 쉬었읍니다.
▲이=유(동식)선생, 많이 마셨다면서요.
▲유=최고로 많이 마셨지요.
▲박=부장(이 위원장)선생께서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할 때마다 많이 마셨지요.
▲이=나는 지난번 평양에서 68잔 마셨지요.
▲박=만찬에서 숙소에 돌아와 영화 긴 것 봤읍니다.
▲이=무슨 영화죠.
▲박=『대원군』이란 역사영화였죠.
▲이=회의에 들어가실까요.

<따뜻한 마중 감사>
한편 이후락 남북조절위 서울측 공동위원장은 30일 하오 영빈관접견실에서 박성철 남북조절위 평양측 공동위원장대리의 예방을 받고 약 10분간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쌍방보좌단과 대변인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갔다.
▲이후락=잘 쉬셨읍니까.
▲박성철=잘 쉬었읍니다. 한 달도 못돼 또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판문점에서는 경기도지사를 비롯, 많은 인사들이 따뜻이 마중해주어 감사합니다.
▲이후락=접대에 소홀함이 없었다니 반갑습니다.
▲박성철=저는 이번이 남쪽이 세 번째입니다. 이 부장께서는 평양에 두 번 오셨지요.
▲이후락=이(완기)선생은 평양에서 못 봤지요.
▲이완기=네, 처음 뵙니다.
▲이후락=수행원과 기자들은 불편한 점이 없는지요.
▲박성철=네, 불편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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