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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일월오봉도·복숭아 … 불로장생을 꿈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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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선 그림의 걸작으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부분). 『도덕경』을 읽는 노자(老子), 천도복숭아를 든 동방삭(東方朔)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은 꿈이다. 특히 중국 전국시대(BC 403~221)에는 신선이 되기 위한 각종 양생술(養生術)이 유행했다. 황화수은 성분인 주사(朱砂)를 먹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은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중국 토착종교인 도교(道敎)와 결합된 신선사상은 통일신라 말기 당나라에 유학했던 우리 학자들에 의해 한반도에 들어온다. 부작용이 심한 불사약 복용 대신 음식이나 호흡법 등을 통한 내단(內丹) 수련이 널리 퍼졌는데 생육신 김시습(1435~93)은 물론 조선 최고의 유학자 이황(1501~70)도 건강을 위해 내단 수련을 했다.

 도교는 유교·불교와 함께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사상으로 꼽히지만, 그 동안 유독 문화계의 관심 밖에 있었다. 무위(無爲)를 강조하는 도교 사상이 유교·불교와 한데 융합된 것은 물론, 양생법·무속신앙 등 민간생활로도 녹아 들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10일부터 여는 특별전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은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삶 속의 도교 문화를 처음 조명하는 전시다. 국보 6건 7점, 보물 3건 4점을 포함해 회화·공예품·민속품 등 300여 점이 나온다. 우리 문화에 담긴 도교 요소를 이제야 돌아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보존처리를 거쳐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창경궁 ‘일월오봉도’(윗 그림)와 뒷면의 ‘해반도도’. 왕의 불로장생을 기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상징했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해와 달, 다섯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 역시 도교 사상을 품고 있었다. 그림 속 하늘과 땅, 물·해·달·산·나무 등은 도교의 오행(五行) 사상으로부터 나온 팔궤(八軌)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1834년 창경궁 중건 때 함인정(涵仁亭)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월오봉도’ 병풍그림이 보존처리를 거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일월오봉도’ 뒷면에는 ‘해반도도’(海蟠桃圖)가 그려져 있다. 신선들이 먹던 과일인 복숭아를 그린 작품이다. 복숭아 나무가 있는 그림 속 배경은 중국신화 속 여신인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바다 위 곤륜산(崑崙山)이다. 고려·조선시대에 많이 만들어진 복숭아 모양 연적에도 불로장생을 꿈꾸는 신선사상이 담겨 있었다.

 전시는 도교의 종교적 특성과 의례를 조명하는 1부, 신선사상을 보여주는 2부, 회화와 공예품 등에 나타난 기복사상을 조명하는 3부로 나뉜다. 전시장 중앙에서는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향로가 관객을 맞는다. 용과 봉황, 신선세계를 노니는 인간의 모습이 새겨진 이 향로는 도교 사상이 집약된 걸작으로 꼽힌다.

 천도복숭아를 맛보기 위해 곤륜산으로 향하는 신선들의 모습을 그린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의 ‘군선도’(국보 제139호)도 놓치면 안 되는 그림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으로 1개월 동안만 전시된다.

 전시 말미에 소개된 액막이 부적과 동관왕묘의 관우상 등은 도교가 추구한 궁극적 목표가 불로장생과 재물 획득, 질병치료와 같은 현세적 행복의 성취였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무료. 02-2077-9000.

이영희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전통문화 속 도교 첫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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