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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떨어진 운석 봤죠, 생명체 탄생 비밀이 숨어있대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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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평가단과 극지연구소 한송희 선생님(왼쪽)이 남·북극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계절입니다. 우리나라도 춥지만 남극과 북극은 더 추워요. 극지(남극·북극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는 영하 89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며, 눈과 얼음이 가득한 하얀 세상이죠. 이렇게 추운 곳에도 펭귄이나 북극곰과 같은 동물 친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수만 년 전에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소 극지에 관심이 많은 정예진(수원 광교초 6)· 정예원(수원 광교초 4) 자매가 소중 체험평가단으로 선발돼 극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극지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북극진동 체험으로 겨울 추위 원인 찾아

극지연구소는 남극과 북극을 연구하며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는 곳이다. 남극·북극은 추운 날씨 덕분에 옛날 자연환경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날씨, 대기성분, 화산 폭발과 같은 현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연구할 수 있어 지구 환경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소다.

체험평가단이 먼저 찾은 곳은 극지연구소 안에 있는 홍보관이다. 홍보관 입구에는 우리나라에서 남극·북극까지 가는 비행항로(비행기가 지나다니는 길)가 지도에 다양한 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걸리는 시간은 11시간.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10일을 가면 남극대륙 동남쪽에 위치한 테라노바베이에 도착할 수 있다. 북극에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영국 런던까지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뒤 노르웨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북극에 도착한다.

정예진(오른쪽)양이 현미경을 통해 남극에서 사는 미생물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여기 나침반이 보이죠?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막대자석이라고 했을 때 막대자석의 끝이 지구와 만나는 점을 지자기남극점이라 한답니다. 나침반이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는 이유는 지구가 자석처럼 돼 있기 때문이에요.” 극지연구소 한송희 선생님이 체험평가단에 남극점을 찾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탐험한 로알 아문센이 찾아간 곳은 ‘지리남극점’이다. 지리남극점은 지구의 자전축(지구의 남·북극을 연결한 직선)이 땅과 만나는 점인데, 자전 때문에 고정돼 있지 않고 지름 21m의 원 안에서 조금씩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지자기남극점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자기장으로 인해 오로라가 생기는 신비로운 곳이다.

다음으로 본 것은 극지식물이다. 극지에서 자라는 이끼 등의 식물 모형을 작은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눈밖에 없는 추운 곳에서 식물이 자란다니 신기해요.” 현미경을 통해 식물의 단면을 바라본 체험평가단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여기서는 긴톱니꿩깃풀·노랑습지범의귀·북극담자리꽃나무와 같은 식물의 구조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추위를 이겨내는지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극지식물은 추운 날씨 때문에 성장이 느리고 키가 작은 특징이 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북극진동과 한파(겨울에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 일)와의 관계를 알아보는 모의실험 체험기기도 있었다. 체험평가단이 손으로 화면에 표시된 북극 지도를 만지자 북극에 머물러 있는 파란색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북극진동이란 북극의 찬 공기가 시계추가 움직이는 것처럼 북극 밑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현상인데, 수십 일, 수십 년을 기준으로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약해지며 북극보다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우리나라에 갑자기 추운 날씨가 찾아오는 것도 북극진동과 관계가 있다.

체험평가단이 미생물 저온 배양실에서 플랑크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아라온호가 가져온 남극 미생물 관찰

홍보관 안쪽으로 들어간 체험평가단은 조그만 돌 두 개를 발견했다. “우주에서 남극으로 떨어진 운석 ‘유크라이트’라고 해요. 남극의 운석은 우리에게 지구 탄생 초기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 주죠.” 한송희 선생님의 설명에 체험평가단이 고개를 끄덕인다. 2007년 우리나라는 남극대륙 서남쪽 티엘산맥이라는 곳에서 운석 탐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여섯 차례의 탐사를 통해 총 180개의 운석을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발견된 운석을 연구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푸는 것이 가능하다.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딱딱한 물질이 모여 소행성들을 만들었는데, 그 후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것을 ‘시원운석’이라 한다.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시원운석을 연구하면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의 환경과 지구 생명체의 바탕이 되는 성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남극은 얼음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운석 6만 개 중 85%인 4만8000개 이상의 운석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부 연구원들과 체험평가단의 모습.

마지막으로 체험평가단은 미생물 연구실로 향했다. 극지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을 찾아내 연구하는 선임연구원 김상희 박사가 평가단을 맞이했다. “미생물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마운 존재랍니다. 저는 남극과 북극의 미생물로부터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찾아 연구하고 있어요.” 김 박사는 평가단과 함께 연구실 한쪽에 있는 ‘미생물 저온 배양실’로 향했다. 여기서는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얼음을 부수며 항해하는 배)인 ‘아라온호’를 타고 수집한 미생물들을 남극과 비슷한 인공환경에서 보존하고 있었다. 평가단은 각종 동식물 플랑크톤이 실제 남극에서 가져온 바닷물 속에서 잠자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

남극에도 겨울과 여름이 있는데, 여름의 온도는 0도 정도다. 미생물이 살 수 있게 남극에서 퍼 온 바닷물이 배양실 내 보관실을 채우고 있었고, 실내 온도 역시 0도 근처로 맞춰져 있었다. “남극의 작은 생물들은 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결빙방지물질이란 것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병원에서 사용되는 혈액을 오랜 시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요.” 김 박사의 설명을 들은 평가단은 잠자고 있는 듯한 미생물을 눈으로 관찰하며 남극의 바닷물을 맛보기도 했다.

소중 체험평가단의 소감

“펭귄·물개뿐 아니라 식물도 사는 땅”
정예진(수원 광교초 6) ★ ★ ★ ★ ★

“연구소라는 얘기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찾아가 보니 신기하게 생긴 조형물이 많고 남극·북극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해 흥미로웠어. 남극에는 펭귄과 물고기·물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 얼음덩어리로만 이뤄진 땅이 아니라 땅 위에 눈이 쌓여 있어 식물도 살아갈 수 있대. 극지연구소 방문은 태어나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남극서 직접 떠온 바닷물 마셔봤지”
정예원(수원 광교초 4) ★ ★ ★ ★ ★

“아라온호와 남극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미생물 박사님을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아. 우리 주변에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대. 남극에 사는 올챙이처럼 생긴 작은 고구마 모양의 미생물을 보니 신기했어. 이 미생물을 보관하기 위해 남극과 비슷한 환경을 갖췄다는 보관실도 재미있었지. 남극에서 떠왔다는 바닷물을 마셔 봤는데 짜고 차가웠어.”

글=김록환 기자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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