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특산의 고장(2)|광양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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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마을 뒷산이 온통 밤나무 숲이다. 다섯 키를 훨씬 넘는 밤나무가 5m쯤 간격으로 총총히 숲을 이루었다. 밤송이에서는 갓난 어린애의 주먹 크기 만한 왕밤이 튀어나왔다.
전북 광양군 다압면 섬강 부락은 밤으로 이름난 마을. 이 마을은 원래 밤나무가 많았으나 김오천씨(71)의 노력으로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김씨는 25년간 일본에서 밤나무 조림 일을 하다가 해방전인 1941년 개량 수종 3천 그루를 갖고 고향에 돌아와 임야 5정보에 접을 붙였다.
스스로 품종을 개량하면서 나무를 접목하기 20여년, 김씨는 이제 1백50여 정보의 산에 10만 그루의 밤나무를 키웠고 올해 3만그루에서 3백20 가마를 수확했다. 돈으로 치면 9백만 원 가량. 15년 생이 된 나무 1그루에서 밤 1가마(2만5천원∼3만원)를 땄다니 놀랍다. 한해 인건비만도 연인원 1만명으로 잡아 5백만원으로 추산된다.
김씨는 수익금으로 임야를 사들여 접목을 계속, 올해 2만 그루에 이어 내년에는 3만 그루 이상을 늘릴 계획이라고.
10여 년 전부터 이 마을 사람들은 김씨의 뒤를 따라 밤나무를 가꾸었고 최근 소득증대사업으로 군-면의 지원을 받아 지금은 72가구 4백76명의 주민이 모두 밤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무의 가장 큰 적은 흑 벌레. 김씨는 9년 전부터 본격적인 품종개량을 해 흑 벌레의 병충해를 막는 개량종 묘목을 길러 냈고 65년에는 밤나무 유실목 재배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도 묘 판에는 10만 그루의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다.
다압면의 경우 밤의 생산은 작년 1천4백 가마에서 2천 가마로 섬진 부락만도 작년 3백가마에서 4백50 가마로 수확이 늘었다.
광양군 전체에서는 지난해 9천 가마에서 올해 1만 가마로 증산됐다.
『수출이 되면 전망이 좋아질 것입니다.』
김씨의 2남 달웅씨(31)는 지난 10월 대만에 우리 나라 밤 4백kg 4백40「달러」에 수출됐다면서 일본「오오사까」에서 철 공업을 하는 형 두상씨(41) 에게 광양에 통조림공장을 세워 달라고 조르고 있다. <글 이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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