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바이든, 140분간 한·미 현안 모두 다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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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손을 잡고 방명록 작성대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면담은 당초 30분짜리 일정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지며 면담시간은 75분으로 늘어났고 오찬까지 총 2시간20분간 대화를 나눴다. 한·미 양국 간에 걸려 있는 현안이 그만큼 여러 가지임을 보여 주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접견 후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균형정책이 확고하고 한·미 동맹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반임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심 표명을 환영했다”고 덧붙였다. TPP는 미국의 아태 경제전략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참여 의사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 예방 후 이어진 연세대 연설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의 아시아 청사진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21세기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아직도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곳으로 새로운 위기와 긴장에 당면해 있다”며 “한국과의 동맹은 아태지역 안보와 평화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재균형정책은 미국의 전부를 걸고 경제·외교·군사적으로 태평양을 주도하는 데 관심과 자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기존 동맹을 강화함과 동시에 태평양지역에 새로운 협력국을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양국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박 대통령 접견 땐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일 관계의 장애요소들이 해소되어 관계 진전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일본이 중요한 협력동반자가 돼야 한다”면서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연세대 연설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21세기 동맹 근대화’라는 표현을 쓰며 한·일 관계 개선을 더욱 강조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연결고리인 한·일 관계 개선이 이번 바이든의 동북아 순방의 1차적 관심사였다”며 “동북아 전체로 보면 중국이 중요하겠지만 한·일 관계 개선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이기에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바이든 부통령은 “경쟁은 하겠지만 충돌은 피할 수 있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미·중 관계는 모두의 이해에 부합한다”(연설 발언)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핵심은 TPP를 포함한 경제적 부분”이라며 “군사적인 부분에선 중국과의 직접적 충돌을 감내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접견에선 북핵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됐다. 윤 장관은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강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공조를 강화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시리아·이란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적용할 만한 방안이 없는지 등을 자세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도·마라도·홍도 포함 KADIZ 확정=정부는 바이든 부통령의 청와대 방문 후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 상공이 포함된 KADIZ를 확정했다. 확정된 KADIZ는 비행정보구역(FIR)을 기준으로 삼아 남쪽은 이어도 남방 100㎞ 지점까지, 남동쪽은 일본 쓰시마섬을 기준으로 독도 해역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8일 새 KADIZ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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