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前총장 "짐 남겨 아쉽고 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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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10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검찰 조직과 후배 검사들에 대한 미안함도 내비쳤다.

"무거운 짐을 남겨 놓은 채 갑자기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합니다. 저를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새 정부의 불신을 받고 있으며 인사권을 통해 수사권을 통제하려는 새 정부의 의사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는 퇴임사를 통해 "검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근본 원인은 검찰 개혁이 명확한 기준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서둘러 진행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는 해석도 남겼다.

金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11일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한 이명재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하지만 金총장의 재임기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2000년 서울지검장 재직시 진승현.정현준 게이트를 부실하게 지휘했다는 지적이 총장 재직시 줄곧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권 교체 과정에서는 자신의 임기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속앓이를 했고, 대북 송금사건 수사 유보 결정으로 여론의 호된 비판도 받았다.

그는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인 '국민의 소리'난을 개설하고 평검사회의를 도입하는 등 여러 업적도 남겼다. 하지만 자신이 도입한 평검사회의가 대통령과의 토론으로 이어지면서 결정적으로 설 땅을 잃었다. 재임 기간은 정확히 4개월이었다.

이날 퇴임식에 참석한 3백여명의 검찰 간부들은 조직의 총수가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金 전 총장은 후배 검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승용차 편으로 정든 검찰을 떠났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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