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리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리 허경수씨(51)등 농민들은『통일벼가 이렇게 간사스럽고 약한 종자인줄은 미처 몰랐다』고 이를 권장한 당국을 원망했다. 홍천 읍에서 인제 쪽으로 l6·4㎞를 달리다 동쪽으로 4·5㎞쯤 들어가 자리잡은 마을. 허 씨 등 주민 81가구는 좌운 저수지의 물 줄이 논에 들어와 해마다 가뭄이 닥쳐도 물 걱정 없이 벼농사를 지어왔다.
「진흥」등 재래종을 심어도 10α당 평균 3백20㎏을 수확할 수 있는 기름진땅이다. 해마다 퇴비를 넣어 논의 부식도가 2·1%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일대표 고도 1백m 이하인 탓으로 냉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올해 이곳에서 통일벼를 심은 농가는 모두 81가구. 1백43개 필지에 이르는 24·5㏊에 통일벼를 심었다 통일벼는 적어도 10㏊당 4백20㎏의 소출은 무난하다는 농촌지도소의 권유를 따른 것이다.
좌운리는 수리시설이 잘돼 있고 매년 첫서리도 10월 중순이 넘어야 내리며 한창 벼가 팰 8월 한달 동안의 일조시간도 1백56·2시간이 넘어 통일벼농사에 적지라고 권장했다.
4월14일 농촌지도소가 시키는 대로 평상 식 보온절충모판을 꾸몄다. 왕겨 재로 종자를 덮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판을 만들기 하루전인 4월13일 밑거름으로 평당 복합 1백66g, 용인 1백g, 염화가리 33g을 주기도 했다. 5월5일 1차 웃거름으로 평당 요소 33㎏, 2차 웃거름은 5월14일 요소 47g을 주었다. 모판에서의 흰빛 잎마름병과 멸구 류와 기타해충을 동시에 방제하기 위해「휘나진」7백 배액, 「디프테렉스」1천 배액을 잘 섞어 5월17일에 뿌렸다. 제2회 병충해 방제는 5월23일. 이때는「디프테렉스」1천배 액만 뿌렸다.「비닐」안에 있는 모는 아무 탈없이 잘 자랐다.
5월24일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 모내기 작업은 마을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첫 모는 저수지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있는 유태선씨(48)의 논부터 꽂아나갔다. 30㎝·12㎝의 간격을 떼어 1조 병목 식으로 심었다. 방향은 남북 향으로 포기 당 2, 3본씩 평당 90포기를 심었다. 모내기는 5월30일까지 모두 끝냈다. 피사리 약으로는「타크」싸락 약을 10a당 3㎏을 6월2일부터 3일 사이에 뿌리고. 저수지에는 53만7천t의 물이 있어 물 걱정도 없는 터라 모내기는 순조로 왔다. 6월13일·27일, 7월9일 세 차례에 걸쳐 김을 매주었다. 그러나 이들의 농사에 7월 초순부터 악운이 닥쳤다. 70년대의 가뭄으로 저수지물이 줄기 시작했다. 7월9일부터 12일 사이에 중간 물대기를 해야 했으나 저수지물이 달려 충분한 물을 줄 수가 없었다. 평년에는 6, 7월에 1백 61·3㎜의 비가지 왔으나 올해는 33·5㎜에 지나지 않았다. 감질나는 비를 뿌리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들 샘을 팠으나 물이 나지 않았다. 순조롭게 자라던 벼는 시들시들해졌다. 뜻밖의 재난이 또 겹쳤다. 갑자기 날씨가 쌀살 해진 것이다.
농민들은 7월 23, 24일에 이삭거름으로 요소 9㎏과 염화 가리 4·5㎏을 주었다. 그러나 이상 저온현상은 계속됐다. 최고기온은 섭씨 24·5도로 평년보다 3·2도, 최저기온은 l8도3분으로 4·1도가 낮았다. 이삭이 패는데 적당한 기온인 20도보다 1·7도가 낮았다.
일조시간도 8월 한달 동안이 1백43시간으로 평년의 1백46·1시간보다 3·1시간이 짧았다.
농촌지도소는 이삭이 패야하는 고비를 8월20일로 진단했다. 그러나 8월15일까지 이삭이 제대로 팬 것은 20·4%에 지나지 않았다. 고비에서 10여 일이 지나서야 논 전체에 이삭이 팼으나 가지 16, 20개 가운데 13개를 넘지 못했다. 8월23일 요소 3㎏을 알 거름으로 주었다. 그러나 출 수 지연에다 결실기에 이상저온 현상으로 냉해를 입은 통일벼는 제대로 영글지도 않다.
허경수씨는 1·2㏊에 통일벼를 심었으나 냉해로 10a당 2백50㎏의 수확이 빠듯하다했고 김철수씨(45)는 5천4백 평에 통일벼를 심었으나 1천2백여 평은 전혀 이삭이 나지 않아『차라리 소 배나 채우기로 했다』며 시들기 전에 베어다가 소먹이로 주었다고 말했다. 【홍천=박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