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를 향한 교육이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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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래에 관한 우리의 모든 생각의 중심은 바로「인간」으로 귀착된다. 앞으로 보다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활환경에 대해서 인간이 어떻게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고 회복하느냐 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전인류적 관심의 초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미래를 살게 될 인간은 현재 바로 이 시간에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내일의 주역은 오늘 이 시간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간형성에 관한 하나의 이념적 틀, 즉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간상에 관한 명확한 문화기대를 가지고 인격을 판 찍어내는 의식적 노력이 바로 넓은 뜻에 있어서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을, 미래를 사는 인격자를 찍어내는 유의 적인 인간형성 과정이라 한다면 모든 형태의 교육의 본래 모습은 필연적으로 미래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이 형성코자하는 인간은 과거를 사는, 혹은 현재를 사는 인간이 아니라, 곧 미래를 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질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하는 것이 근자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거론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이 하고 있는 교육은 미래의 사회보다는 현재의 사회, 그리고 현재의 사회보다는 과거의 사회에 집착된 것이라는 지적들이 곧 그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교육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간다 기보다는 과거를 보면서 미래로 뒷걸음질해가고 있다해도 큰 잘못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혹은 교육의 방향감각의 상실이라 일컫기도 하고, 혹은 교육의 목적의식의 상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엇을 위한 교육이냐. 어떠한 인간을 형성하려는 교육이냐. 형식적 학교교육은 언제 어디서, 얼마의 기간에 그리고 몇 차례를 실시함이 가장 올바른 것이냐. 좋은 생산자를 위한 교육이냐, 혹은 좋은 소비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냐. 지도자가 되게 하기 위한 교육이냐, 혹은 항상 피 지도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냐. 민족주의 교육이냐, 세계주의 교육이냐. 보다 많은 평등을 위한 교육이냐, 보다 높은 능률을 위한 교육이냐 등등. 이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는 오늘날, 우리 교육은 그 기본이념과 기본목표에 관해서 조차 너무도 많은 문젯거리를 안고 잇다.
바로 이 같은 교육의 기본문제를 주제로 하여 13일부터 한국교육사상 획기적인 행사가 될 학술대회가 열린다. 얼마 전, 외국차관까지 도입하여 발족한 한국교육개발원이 이번에 그 첫 사업으로서 우선「한국교육의 이념과 목표」확립을 위한 「세미나」를 마련한 것이다. 해방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민주적 교육제도의 외형적 기틀을 마련한 한국교육이 70년대에 있어 질적인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인 문제에 앞서 무엇보다도 그『방향과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인식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 이「세미나」의 주최동기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판단과 문제의식제기에 공감한다.
특히 외국차관으로 세워진 각종「개발」에 관련된 연구소들이 흔히「테크놀러지」제일주의에 빠지는 듯한 인상을 주기 쉬운 판국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이처럼 문제의 주체적인 파악과 본질차원에서의 제기를 시도한 것을 우리는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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