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노인에겐 연금 절반만 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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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골재채취 현장소장 文모(60.서울 중구)씨는 올해 2월 국민연금 수령자가 됐다. 12년 넘게 1천3백여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냈고 지금은 매월 13만7천여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文씨는 원래 27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아야 하지만 일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절반 밖에 못 받는 것이다. 현행 연금제도는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액을 깎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文씨는 "노는 사람은 연금을 제대로 주고 소득이 있다고 반으로 깎아버린다면 누가 일을 하고 싶어하겠느냐"고 불평했다.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노령화 속도가 빠르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스스로 돈을 벌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연금 중 재직자 연금 및 조기연금 제도는 일터로 나가는 노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직자 연금이란 만 60세가 돼 연금을 받을 때 연간 5백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거나 사업자등록증이 있을 경우 연금액을 깎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노인들은 60세 때 원래 받아야 할 돈의 50%를 받는다. 소득이 얼마이든 관계없이 이 비율은 똑같다. 이후 매년 10%포인트씩 올라가 65세에 원상 회복된다.

깎인 연금을 받다 도중에 일을 그만두면 원래 연금액을 받는다. 재직자 연금수령자들은 올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월 말 현재 2백40명이 받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늘어나면서 이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연금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원래 만 60세부터 탈 수 있으나 형편이 어려울 경우 5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일종의 가불(假拂)인데 60세 때 받을 돈의 75%만 받을 수 있다. 또 조기연금을 받다가 소득이 생기면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국민연금 연구센터 김성숙 박사는 "재직자 연금 및 조기연금 제도가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특히 재직자 연금의 경우 소득이 많으면 많이 깎고 적으면 적게 깎는 식으로 삭감 비율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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