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반 「여성 해방 운동」-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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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성 해방 운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많은 남성들은 이 운동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성 운동에 대한 남성들의 차가운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여성 해방 운동의 열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일부 여성들도 이 운동에 반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여성 해방 운동에 대한 일부 주부들의 반대가 높아지자 요즘 미국의 각 여성지들은 다투어 이 기사를 다루고 있는데 여류 심리학자 「조이스·브러더즈」 박사는 「굿·하우스키핑」지에서 여성 해방 운동에 대한 반발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얼핏 보아 여성들은 이 운동을 반대할 아무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여성에게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허용하고 자아를 일깨워 주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제까지 충실하게 가정 생활을 이끌어온 헌신적인 「어머니」들은 이 운동의 목적을 일소에 붙이기도 한다.
한 주부는 『나는 집안 일을 돌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축제일이나 가족의 생일을 빠짐없이 축하해주며 맛과 영양가를 따져 요리를 하고…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그런데도 여성 해방 운동가들은 내게 당신은 아직도 「일」을 하지 않느냐고 질문합니다. 살림을 하느라 18년을 보낸 나를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요』라고 반문한다.
공식적으로는 여성 해방 운동이 여성이 어떤 일을 선택하든 문제삼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가정에 머물러 있는 여성은 시대에 뒤떨어진 희생물이라고 여성 해방가들은 공공연히 주장한다.
그런데 여성을 상대로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 폐지, 동등한 취업 기회와 동등한 보수 등에 관한 해방 운동은 찬성하지만 주부의 역할을 따돌리는데는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남성이 지배자라는 종래의 남녀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성 운동의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 여성층도 있다. 이에는 이 운동의 반대자 뿐 아니라 이미 사회적으로 직업상 성공을 거둔 여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여성들이 동등한 직업 보장을 요구하면서도 군에 복무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역시 여성 해방 운동을 반대하는 것은 심리적인 때문이다. 주부라는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하게 절망한 여성일수록 이 운동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때는 과감히 다른 일을 시작하도록 한다. 직업을 갖든 갖지 않든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미 「굿·하우스키핑」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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