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건축·재개발 용역 비리] 되풀이되는 비리 끊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재개발·재건축 사업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현행법상 재건축·재개발조합장 등 사업 주체가 금품을 받으면 공무원에 준해 뇌물죄를 적용한다. 주택정비사업이 민간 영역에서 진행되 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위임받아 하는 공공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제가 불거져도 민간 조합에서 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운영위원장인 이강훈(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제75조 2항 등)에 따라 정부는 지자체장의 협조를 받아 정비사업 자료 제출을 명령하고, 관계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편성해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며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비사업 전문가 김상윤 법무사는 “횡령·로비 등 개인비리 뿐 아니라 검·경·국세청이 사업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쳐야 한다 ”고 말했다.

 불투명한 정보 공개도 문제다. 취재를 한 몇몇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기본 자료조차도 조합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재개발지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비용은 적정한지를 따져보려 해도 계약서, 용역 수량·면적 등 충분한 정보를 조합 측이 내놓지 않는다”며 “ 문제 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권순형 J&K 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사업비가 왜 증액됐는지 조합 간부들도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일반 조합원들이 총회 자료집을 들여다봐도 잘 알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시는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조합원 명부, 서면결의서 등 각종 정보공개를 하도록 했는데 조합의 폐쇄성 등으로 시행이 잘 안 되는 곳이 있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탐사팀=고성표·윤호진 기자

관련기사
▶ '철거왕' 이금열, 에쿠스 트렁크 안 사과상자 보여주더니…
▶ 정수기 대여에 8000만원? "용역비 10%는…"
▶ 재건축·재개발 용역 비리 어떻게 이뤄지나 했더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