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여유법(旅遊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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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중국이 저가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여유법을 시행하면서 국내 쇼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중앙포토]

서울 명동이나 남대문 일대를 나가 보면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죠. 중국인들이 이렇게 한국에 많이 여행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한국 관광상품의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3박4일 한국을 다녀가는데 50만원도 안 되는 저가 패키지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었지요. 왕복 항공료와 호텔비, 식비, 그리고 한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가격이지요. 여행업체들은 이렇게 싼 상품을 내놓고는 부족한 수입을 쇼핑몰 투어로 메워 왔습니다. 쇼핑몰에 관광객을 내려주고, 이들이 물건을 사면 수수료를 받는 것이지요. 별도로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옵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당국은 저가 관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여유법’을 만들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저가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여행상품에 명시한 요금 외에 관광객에게 추가 요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는 중국이 여유법을 만든 배경에는 해외 여행을 자제시켜 중국 내수 시장을 진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유법은 지난 10월 1일부터 발효됐습니다. 이 바람에 중국에서 출발하는 한국 여행 상품 가격이 기존보다 30~100% 정도 인상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도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올 10월 전체 중국인 관광객은 34만3273명으로 전년 동기(27만9440명) 대비 22.8% 증가에 그쳤습니다. 올해 6월 이후 증가율이 70%를 넘어섰던 상황과 비교하면 ‘여유법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셈입니다.

 명동 일대 상권에도 여파가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여유법이 시행된 10월 한 달간과 그 이전 1~9월을 비교하면 패키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로드숍들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30%에 그쳤습니다. 명품 쇼핑을 목적으로 온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세 자릿수 신장률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하지만 이 여유법이 저가 덤핑 관광 대신 제대로 된 관광상품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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