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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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광수가 누구냐고 물으니까 그의 아호는 무엇이고 몇년 몇월 며칠 어느 도 어느 고을에서 태어났고 무슨 무슨 작품이 있고 6·25때는 어떠한 고초를 겪었고…하는 것을 금방 속사포처럼 외어대는 중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막상 그의 작품은 단 한 권도 읽은 게 없었다는 얘기를 최근 어느 잡지사 편집장이 밝힌바 있었다.
이런 광경은 비단 중학교의 국어·국문학 교육분야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라고 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의 소재를 암시하는 것이다.
국민학교에서부터 대학졸업 후의 취직시험까지 시험·시험·시험의 어려운 관문돌파에만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교육현실이 빚은 본질적인 병폐가 이 중학생의 조그마한 「에피소드」에서 진단될 수 있다고 풀이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진학률·교육인구 등 물량적인 측면에서의 한국의 교육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실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바 있고 우리는 그것을 또 자랑으로 여겨 온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같은 교육의 양적인 팽창은 그의 질에 대한 깊은 반성이 뒤따르지 못함으로써 그 그늘에서 우리들의 제2세들에게 전례 없는 이론위주의 주입식 암기교육을 강요해 온 것이 또 하나의 사실이다. 다른 것은 젖혀놓고서라도 이 같은 교육의 결과가 피교육자의 창의력이나 모험심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1일 중앙일보사가 한국과학원 및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기술강연회」에서 초청연사인 미국의 저명한 두 과학자는 다같이 한국교육의 이러한 약점에 대해서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젊은 기술자들은 거의가 창의력과 모험심이 모자란 것 같다』는 것이며, 『한국대학의 산업공학도 출신자들은 대개가 주입식 교육에 의해서 이론만 익혀서인지 시야가 좁고 문제의 해결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동강연회에서 논의된 문제가 비록 산업공학·산업기술의 전문분야에 주제를 두고는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에서 지적된 문제가 한국 교육의 전체 계와 관련된 본질 문제라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선 이 같은 지적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이끌고 온 양적인 교육의 팽창에 내질의 변화를 요구하는 어떤 전기가 도래했다고 보아 마땅할 것이다.
이점, 교육의 이론·실무·행정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깊은 문제의식과 신중한 연구와 과다한 개혁이 촉구되고 있다고 하겠다.
수출입국을 국가적 대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기술 및 기술자의 개발문제는 핵심적인 중요성을 띄고 있다.
이미 60년대 후반기부터, 수출전쟁에서의 구호는 『보다 많은 상품을』에서 『보다 고급의 상품을』요청하는 구호로 변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보다 고급의 상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부가결의 전제가 『보다 고급의 기술』 『보다 고급의 기술자』를 낳는 일과 직결되고 있음은 여러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공짜」로 이득될 수 없음도 물론이다. 기술과 기술자의 개발에는 그에 상응하는 돈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기업이 오늘날 연구개발을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 투자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그것에 견줘 볼 때는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기업인은 우선 이러한 투자에 대한 옹색과 낙후된 시설을 낯부끄럽게 생각할 줄부터 알아야 될 것이다.
초청연사중의 안 사람이 특히 기술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 양성을 위해서 정부는 특혜를 주어서라도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라고 한말은 매우 교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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