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은 영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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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된 7·4성명 발표 후 처음 맞이하는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을 성취키 위해 국민의 올바른 자세확립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간의 대화의 문이 트이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된 오늘,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파쟁과 낭비와 방종이 아니라, 성실과 능률과 애국심을 바탕으로 하는 국민적 대 단결』이라고 말하고 『우리모두가 정파와 지연·혈연을 초월하여 통일의 대의 앞에 굳게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7·4남북공동성명을 계기로 남북대결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는데, 우리가 새로운 정세변화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우리의 숙원인 자유·민주·통일·독립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동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새삼 국민적 대 단결을 유달리 강조한 소이는 바로 이때문인 줄로 안다.
우리는 민주정치를 운영키 위해 정당정치를 지속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에서처럼 정당들이 매사에 걸쳐 같은 보수세력에 속하면서도 사사건건 극단적인 대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위험한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특히 공화·신민 양당이 정당정치를 해나가되 서로가 항상 보수 우당 관계에 있음을 잊지 않고, 정당정치가 자유통일의 기반을 성숙시키는데 공헌해 주기를 염원한다.
우리 사회의 근대화작업이나 국민적 총화형성을 저지하는 요인의 하나는 지연·혈연 등 전근대적인 인간관계의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지연·혈연의 재 결집을 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국민적인 동질성을 토대로 하는 범국민적인 인화단결을 이룩하는데 얼마나 큰 「마이너스」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절실히 인식하고 지연·혈연을 초월한 대동 단결을 추구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북한동포들에 대해 『「이데올로기」는 변해도 민족은 영원하다』고 말하고, 그들이 『하루속히 한민족으로서의 자아를 회복하고 북녘 땅에 민족의 양심이 소생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는데 과감 하자』고 호소했고,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진실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먼저 이산가족의 인간적 고통을 덜어주는 데서부터 동포애를 발휘할 것』 을 촉구, 『민족의 양심 앞에는 거짓도 정략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시의에 적절한 호소라 하겠는데, 우리는 북한지도자들이 스스로도 서약한 7·4성명을 적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정전수단으로서 이용하려들 것이 아니라, 대화로써 긴장을 풀고 남북이 평화공존과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평화통일을 촉구키위해 이 공동성명에 동의했음을 『온 민족 앞에』성의 있는 행동으로 입증해줄 것을 바란다.
박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국가와 국민들이 『우리민족의 자주통일을 위한 대한민국정부의 정당한 노력을 존중하고 이를 정의와 평화의 이름으로 적극 지원해줄 것』도 강력히 촉구했다.
우리민족의 분단·대립의 비극의 발생과 지속이 주로 강대국간 냉전대립의 소산이고, 또 조국통일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당했던 분단의 비극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4대강국은 물론, 세계의 어떤 나라도 우리의 민족자결정신에 입각한 통일에의 접근 노력에 대해서 방해를 하거나 시비를 걸어서는 안될 것이다.
강대국간의 흥정으로 약소국가의 운명을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좌우하고 결정하는 시대는 분명히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통일문제는 강대국간 흥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경축사는 강대국들에 대한 좋은 경고가 되는 것이니, 세계 모든 나라는 한반도의 긴장을 풀고 통일의 염원을 실현하려는 대한민국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인식을 가져야할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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