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교수·학생 영화 제작 참여 … 인문사회 분야 산학협력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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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는 영화 제작을 통해 인문사회 분야의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었다. 학생과 교수가 기획부터 촬영, 후반작업, 배급 등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좌로부터 박주형, 이소영, 설원형씨

필리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태권도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영화 ‘황구’의 주요내용이다. ‘황구’는 다문화 가정의 아픔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이야기이다. 주목되는 점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가톨릭대학교(총장 박영식) 교수와 학생들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가톨릭대가 디지털 콘텐트를 중심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협력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는 콘텐트 기획, 촬영, 후반 작업, 마케팅, 배급 등 영화 산업 모든 과정에 가톨릭대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가톨릭대 가족회사인 영화제작사 골든타이드픽쳐스, 시각 특수효과 전문회사 프롬어스가 가톨릭대와 손을 잡았다.

학생-교수-현장전문가 공동작업=가톨릭대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실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교수와 영화 제작 전문가로부터 멘토링도 받고 있다. 특히 콘텐트 기획, 시나리오 개발 등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부터 작업을 함께 했다. 가톨릭대 DC융합센터 김경호 센터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그간 산학협력이 활발하지 않았던 인문사회계열 산학협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제작사 입장에서는 영화를 제작하며 발생하는 애로사항에 대해 교수로부터 자문을 구해 해결하는 한편, 제작에 필요한 예산과 인재를 확보해 투입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라 영화 관계자들도 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영화 현장 곳곳에서 작업에 참여했다.

 콘텐트 개발과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한 이소영(24·국어국문4)씨는 “콘텐트 아이디어 구상과 기획은 보통 혼자하거나 수업에서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막연하게 작가가 작품을 쓴다고 생각 했는데,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공동 진행 작업에 직접 참여해보니 실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박주형(24·철학3)씨는 “작가와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공동작업 경험은 지금 하는 연극동아리 일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부딪힐 실무 현장에서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동시녹음을 한 설원형(29·문화콘텐츠전공4)씨는 “사운드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어 음향에 늘 관심이 있었다”면서 “책에서 글자로만 접한 일을 실제로 해보니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지역-기업 산학협력= 가톨릭대는 영화 ‘황구’ 제작을 통해 인문사회계열의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한편, 대학, 기업,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황구’ 제작의 사례에서와 같이 가톨릭대는 가족회사들과의 협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가톨릭대 기업종합지원센터는 400여개의 분야별 가족회사와 함께 산학협력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사업 참여, 현장기술지도, 대학 보유 기술 이전 등과 함께 기업을 위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영화 ‘황구’는 지역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다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부천시 인구의 3%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민을 지역사회의 한 가족으로 품기 위한 것이다. 김경호 센터장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냉대를 이웃의 응원과 진심으로 이겨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다문화를 끌어안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말했다.

올해 연말까지 후반 작업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는 여러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 신청을 할 예정이다. 또한 극장 개봉을 위해 배급과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도 학생들이 실무에 투입된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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