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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장관…대유성우|10월9일 새벽 3시 한국서 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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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자코버니·지너」 혜성이 6·6년만에 나타났다. 1900년에 처음으로 「자코버니」에 의해, 1913년엔 「지너」에 의해 관측됐다 해서 그들의 이름이 붙여진 동 혜성은 첫 발견 뒤 9회째 나타난 것. 지난 5일 태양에 가장 가까워 졌다가 멀어져가고 있지만 동 혜성은 과거 4차례나 구미 등지에서 대유성우를 보이게 했고 이번엔 한국 등지에서도 대유성우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데서 천문학계엔 물론 일반에게도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대유성우를 볼 수 있는 날은 오는 10월9일 새벽. 방향은 동북 지평선 가까운 용좌 (감마) 성 부근을 중심으로 한 방사상 하늘. 대유성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번 관측돼 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신통할 것은 못돼도 1시간에 수천개씩의 유성이 떨어지는 것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대유성우는 왜 생기는 것일까.
태양계 안에는 무수한 미소 물질이 태양의 인력에 의해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다. 유성 물질이라고 불리는 그 미소 물질의 크기는 「레이다」에나 걸리는 극소한 것부터 백주에도 볼 수 있을 만큼 큰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다. 그 유성 물질이 지구와 만나 대기 중에 뛰어들어 마찰에 의해 고열과 빛을 내는 것이 유성이다. 보통 보는 유성은 계속 시간이 1초 이내인 미약한 것으로 빚은 백색 또는 황색.
그러나 때론 한밤중에도 사방의 경치가 보일 만큼 훤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백주에도 보일 정도로 강력하게 빛나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은 특히 화구니 대화구니 하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유성은 보통 보는 그러한 산발 유성과 어떤 복사 점에서 쏟아지듯 많은 유성을 볼 수 있는 유성군 (유성우)의 두 가지가 있다. 산발 유성은 달이 없고 구름이 없고 대기가 심히 맑을 경우 한 사람이 1시간에 평균 5∼15개 정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적으론 초저녁에 평균 5개, 한밤중에 평균 13개, 새벽에 평균 8개 정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하루에 지구 전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산발 유성 수는 약 백만 개 정도.
그러나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유성은 하루에 약 3백만개 정도라는 계산이 있다. 한편 유성군은 복사점이 있는 성좌 이름을 따서 사자좌 유성군이니 산양좌α유성군 등으로 부르거나 출현 시기에 따라 8월 유성군이니 11월 유성군이니 부른다. 10월9일 보게될 유성군은 용좌 유성군 또는 10월 유성군으로 부르면 된다. 태양계엔 무려 약 1천억개의 혜성이 있다고 하나 지구에 나타나는 것은 주기 혜성이 1년에 4∼5개, 신 혜성이 1년에 5∼6개 정도다. 그리고 현저한 유성군을 보이게 하는 혜성은 10개를 좀 넘는다. 이제까지 천수백개의 유성군이 기록됐고 한번으로 아주 안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매년 40∼50개가 보이는 중 현저한 것은 4∼5분의 1밖에 안 되는 것. 그런 혜성의 궤도인 우수한 유성 물질이 있고 더구나 움직이면서 유성 물질을 흘리고 다니기 때문에 특히 많아진 유성 물질과 지구와 만날 경우 대유성우를 보는 수가 있다.
대광구가 대기에서 식지 않고 지상에 멀어지는 것이 운석인데 운석우가 떨어질 때도 있다. 특히 1803년4월3일 불란서의 「레글」에 떨어진 운석우는 약 3천개로 주민은 공포에 떨게 했는데 그런 예가 세계에 가끔 있었다. 모두가 천공의 이변이라고나 할까. 「자코버니·지너」 혜성에 의한 대유성우는 1926년, 1933년, 1946년, 1952년 등 4차례에 걸쳐 구미에서 관찰됐으나 극동에선 낮이라서 관찰이 안됐다.
특히 1933년엔 구라파 각지에서 매분 천개씩이라는 대량의 유성을 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번에 「자코버니·지너」 혜성이 지나간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을 겨우 58일 뒤에 지구가 지나가기 때문에 그곳에 흩어져 있을 대량의 유성 물질이 지구로 들어 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10월7일이 신월이라 달빛으로 방해받을 염려가 없어 대유성우를 볼 「최량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조차 유성우를 관측하기 위해 광각 「카메라」를 버티어놓고 지키다가 허탕친 일이 많다고 말하고 있고, 서울의 대기가 심하게 오염돼 있어서 구름 한점 없는 날이라 해도 서울 어디에서나 꼭 천공에 벌어지는 장관을 보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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