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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장관급 14명 낙마 … 암행어사·크로스 체킹 등 안간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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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호 07면

“당 중앙의 천리안(千里眼)이 되어 ‘호랑이’와 ‘파리’를 적발하라.”

지방관료 부패에 골머리 앓는 중국 지도부

 5월 17일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중앙순시조(中央巡視組) 발대식에서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기율위) 서기가 내린 지시다. 반(反)부패 전선의 선봉장인 왕치산은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조장이다. 왕치산은 올해 12개 순시조를 편성했다. 지방 6개조, 기업·금융 4개조, 중앙국가기관 2개조로 나뉜다. 5월과 11월 각각 10개 조를 이른바 호랑이·파리 사냥에 투입했다. 장관급 간부의 ▶부정부패 ▶형식·관료·향락주의와 사치 풍조 ▶정치 기율 ▶임용비리 적발이 주 임무다. 현지에 파견된 순시조는 두 달간 보고 청취, 개별 면담, 자료 열람, 제보 수집, 설문조사, 비밀 실사 등을 통해 비리를 수집했다.

 성과도 컸다. 10월 28일 낙마한 구이저우(貴州) 쭌이(尊義)시 랴오사오화(廖少華·53) 당서기는 5월에 파견된 제6순시조에 적발돼 낙마했다. 11번째 장관급 ‘호랑이’였다. 사냥에 가속도가 붙었다. 11월 27∼28일 17시간 동안 고관 3명이 낙마했다. 27일 오후 궈유밍(郭有明) 후베이(湖北)성 부성장, 장쑤(江蘇)성 신문출판국 장궈싱(蔣國星) 부국장에 이어 28일 오전 민원처리부서인 국가신방국 쉬제(許杰) 부국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다. 올 들어 이미 장관급 14명이 옷을 벗었다.

 시진핑 총서기의 반부패 구상은 제18기 3중전회에서 결의된 ‘전면적 개혁 심화에 관한 결정’에서 구체화됐다. 기율 검사를 할 경우 크로스 체킹 시스템을 구체화·체계화·제도화하고, 부패 사건의 조사·처리는 상급 기율위가 주도하도록 명시했다. 중앙기율위가 당·국가의 모든 기관에 직속기구를 파견·주재시킨다는 방안도 채택됐다. 중앙과 지방의 순시제도를 개선해 모든 지방·정부·기업을 점검한다고 규정했다. 지도층 간부의 개인사항 보고, 회피제(回避制) 등의 입법 조치도 예고했다. 건전한 업무 분위기를 위해 불요불급한 공금 낭비를 엄금하고, 전시행정과 프로젝트 남발을 근절시킬 수 있는 간부 평가시스템 개혁도 약속했다.

 그러나 반부패 전쟁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로드릭 맥파커 하버드대 교수는 “시진핑이 반부패에 적극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최고위 간부를 공격하거나 강력한 통제를 지속할 수는 없다. 그들이 시 주석을 제거하거나, 시 주석이 군사 독재자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도 “중국의 부패는 당·국가 체제라는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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