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남중국해 충돌 바탕엔 '오일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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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미·중 항공모함과 일본의 항모급 호위함이 동시에 훈련을 벌인 남중국해는 아시아 지역의 핵심 석유 수송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방공식별구역 갈등 이면에 놓여 있는 건 경제적 이권이 달린 해상영유권 갈등”이라며 “특히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아세안 국가 간의 갈등에 미국이 연관되면서 갈등 양상이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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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태평양 진출로인 동중국해가 지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라면 남중국해는 경제적 전략가치가 두드러진 곳이라고 분석한다. 남중국해는 연간 4만여 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세계 해상 물동량의 3분의 1이 거쳐 가는 지역이다. 북대서양 항로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무역항로다. 페르시아-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일본 열도로 이어지는 오일루트를 통해 중국 석유 수입량의 80%, 한·일 석유 수입량의 90% 이상이 운송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규슈-오키나와-대만을 잇는 가상의 선을 1열도선(列島線)이라 부르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지역을 자국 영향권 내에 두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창형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은 1열도선 내로 미국의 접근을 막고, 군사적 행동을 제한하는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Denial)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하이난성(海南)을 모항으로 하는 남해함대는 석유수송 등 남중국해의 경제적 이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남해함대의 비호하에 중동부터 남중국해까지 거점 항구를 만들며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는 ‘진주목걸이’ 구상을 구현하고 있다. 진주목걸이란 중국이 해로를 따라 투자 개발하는 거점 항구를 이으면 진주 목걸이 모양이 된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그뿐 아니라 남중국해 지역은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는 3조8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제2의 페르시아만’이라는 별명도 있다. 2010년 남중국해 영토 분쟁 때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남중국해는 우리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남중국해가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은 남중국해를 걸프지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목줄’로 지칭하며 일본·대만·아세안국가 등과의 협력을 통해 남중국해가 중국의 영향권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2010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힐러리 당시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해 미국은 중국의 A2AD전략에 대응해 ‘공해전(Air sea battle)’전략을 내세우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접근의 자유를 유지·강화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공해전 전략은 적의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바다에서부터 공군과 해군, 해병대를 동원해 신속하게 공격하는 개념이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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