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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동경 124도 서해까지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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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중국이 서해상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군이 지난 7월 초 중국을 방문했던 최윤희(현 합참의장) 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자신들이 그어놓은 서해 작전구역 경계선(동경 124도)을 우리 해군이 넘어오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해군이 이 경계선 인근에서 작전을 해 왔지만 중국은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다”며 “중국이 공식적으로 이 같은 요구를 해온 것은 처음이고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움직임이 CADIZ 선포로 하늘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중국이 서해상에서도 세력 확장을 시도하려는 것인지에 주목하며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에 의하면 최 합참의장과 우성리(吳勝利)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사령관)의 면담은 이랬다. 베이징을 방문한 최 의장은 7월 11일 우 사령원과의 공식 회담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마쳤다. 그러자 우 사령원이 “조용히 얘기를 좀 더 하자”며 추가 면담을 요청했다. 이어진 자리에서 우 사령원은 “한국군이 왜 동경 124도를 넘어 오느냐”면서 “서해상(군산 앞바다)에서 한·미 연합 해상훈련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 의장이 중국 측 요구를 거절하는 바람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 의장은 “북한의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우리 해역에 침투할 때 동경 124도를 넘어 침투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작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우리 입장이라면 (이 선을) 넘을 수도 있지 않겠나. 앞으로도 북한의 침투가 의심될 경우 차단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동경 124도 문제가 갑자기 부각되는 이유는 뭘까. 북·중은 1962년 동경 124도를 해상 경계선으로 정했다. 북·중 간 경계선이기 때문에 효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한정된다. 대신 중국은 동경 124도 선이 지나가는 NLL 이남 공해상에 작전구역, 일명 AO(Area of Operation)를 설정했다. 국제법상 AO는 공해상이지만 군사상 경계나 훈련 등 편의를 위해 상대국 함정들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게 관례다. 하지만 동경 124도는 백령도 인근에 위치한 데다 북한이 공해상을 이용해 침투를 시도하고 있어 우리 해군은 중국 AO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차단작전을 펼쳐왔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중국이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요구한 건 중국의 세력 확대 전략과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한규 협성대 겸임교수는 “중국이 이전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해양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건조해 실전에 배치하는 등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상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란 설명이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다음 달 3일 당·정 협의를 열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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