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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북 토지개혁 … 고교 한국사 7종 수정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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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교육부가 지난 8월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7종(리베르스쿨 제외)에 대해 29일 수정명령을 내렸다. 수정명령을 받은 서술은 모두 41곳이다. 교육부는 출판사가 명령을 거부할 경우 교과서 발행을 1년간 정지하거나 검정을 취소할 방침이다. 일부 저자들은 “수정명령을 취소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학자·교사 등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정심의회’가 심의한 결과를 토대로 7종 교과서의 총 41곳에 대해 수정명령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8종 중 리베르스쿨 교과서만 수정명령을 받지 않았다. 교육당국이 교과서 출판사에 수정명령을 내린 건 2008년(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이후 5년 만이다.

지난달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8종 출판사·집필진에 총 829곳을 수정·보완하라고 권고했다.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교과서 집필진은 이 중 64곳은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이번 수정명령은 저자들이 수정을 거부한 부분뿐 아니라 수정·보완했던 부분까지 수정심의회가 재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아 위원 상당수가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수정명령을 받은 서술은 ▶교학사·금성출판사 각 8곳 ▶천재교육 7곳 ▶두산동아·미래엔 각 5곳 ▶비상교육·지학사 각 4곳 등이다. 광복 이후 정부 수립 과정, 북한 인권 문제, 천안함 피격 사건 등이 포함됐다.

금성출판사 등 5종은 해방 이후 북한의 토지개혁을 ‘무상몰수·무상분배’로 표현했다. 교육부는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준 것이지 소유권을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산동아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건의 주체를 명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래엔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 단원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박종철 고문치사)’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 등 8개의 소제목이 지적 받았다. 심 실장은 “부정적인 의미의 제목으로 자칫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교학사는 일제시대 서술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독립운동을 기술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갔으며, 애국지사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다’라고 쓴 부분은 “독립운동을 축소 해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에 다음 달 3일까지 수정명령을 반영한 수정·보완대조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수정심의회를 다시 열어 6일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교과서 저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교학사 교과서의 저자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내용을 살펴본 뒤 단순 용어 수정 등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저자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엔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육부가 검정 부실의 책임을 교과서 저자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다른 교과서 집필자와 협의해 법원에 ‘수정명령 취소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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