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웅덩이 익사|박기원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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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름철이면 더위에 쫓기는 어린이들이 제멋대로 방치한 웅덩이에서 빠져 죽는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오죽하면 「풀」장에도 못 가는 어린이들이 더위에 못 이겨 멱을 감으러 들어갔다가 당하는 변이고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서울 영등포구 등촌동의 한전 철탑 밑 웅덩이에서 한 어린이가 빠져 죽은 익사 사고는 더 기막힌 것이 그 위험성을 알고 공사비를 책정해 놓고도 미루어왔다는 그 맹점에 있다고 본다.
서울시 당국은 우선 편하고 넓은 길, 혹은 무턱대고 짓는 아파트의 건립도 중요하지만! 이런 버려진 곳! 눈에 안 띄게 방치해 둔데 우선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서울 시민은 중앙에만 사는 것이 아니다. 변두리, 더구나 항상 무언지 위험물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뒷길에 항상 사고의 위험도는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한계를, 지금 한전과 서울시가 각각 미루고 서로 책임 회피를 한다고 하니, 그 피해자는 어디다 호소를 해야 하나?
상장을 탈 일이면 서로 자기네가 했다고 나설 건데, 귀찮고 돈이 드는 일이니까 서로 민다고 억설을 해도 그들은 할말이 있겠는가?
해외 「토픽」을 보니까 「하이웨이」에 철없이 올라온 작은 강아지를 위해 몇시간씩 차 운행이 중지되고 교통 순경이 그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잡으려고 진땀을 뺐다한다.
이 땅의 선량한 시민의 목숨은 누구에게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 것일까? 당국은 시민 생활의 안전을 위해 복지 행정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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