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의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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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근착 미주간지 타임과「뉴스위크」는 이른바『남-북 공동성명』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두 주간지의 한결같은 관점은 이 문제를 주변정세의 일맥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다.
『…희망과 경계가 뒤섞인 비슷한 상황은「심라」의 풍치 좋은「히말라야」산록에서도 벌어졌다.』「뉴스위크」지는 불가침조약을 맺은 인도·「파키스탄」정세와 비슷한 경우로 보고 있다. 「히말라야」산록에선 최근「간디」인도수상과「부토」「파키스탄」대통령과의 협상이 있었다.「뉴스위크」가 말미에 인용한「워싱턴」고위관리의 말은 더욱 인상적이다. 『남-북(한국의)이 보조를 맞추고,「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의 수도)가「뉴델리」와 보조를 함께 하면,「하노이」도 그대로 앉아서 버틸 수는 없을 것이며, 그러면 결국「사이공」과 대화를 하게 되지 않겠는가?』
말하자면「하노이」를 대화의장으로 끌어내는「효과음」정도로 한국의 정세를「평가」, 아니면「유도」하고있는 느낌도 없지 않다.「타임」지의 견해도 그 발상은 다를 바 없다. 「북」은 언젠가 한반도가 중-소 분쟁의 전장으로 화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에 관심이 깊다고 그 주간지는 전망한다. 논리상의 이익이 있긴 하지만, 그런 관점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또 남한은 미군의 철수를 기다리느니보다 그들이 한반도에 주둔하고있는 동안에 대화를 시작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고「타임」지는 분석한다.
그 주간지도 한 미국무성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그 기사를 맺고 있다.『그런 사태변화의 의미는 한반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강대국들이 그들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역시 약소국들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외지에 소개된 견해는 우리의 시야와는 상당한「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대국들은 역시 한국의 문제를 그들의 이해관계와 밀착시키고 있다. 『한국을 위한 한국』과는 다르다. 이것은 한국정세가 세계사의 일환으로 무상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다시금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의 불안을 조금도 덜어주지 않는다. 외부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부의 저항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역할 수 없는 변화가 한발두발 다가온다면 우리도 그것에 맞추어 무엇인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우리는 변화된 것이 무엇인가. 불안한 심정은 그제나 이제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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