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외자도입「채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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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최근 일본「국제 흥업」이「대한항공」주식 10%를 인수하는 것을 허가한 바 있거니와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 나라에선 내국인업체 기존주식 인수라는 형식의 새로운 외자도입방식이 크게 확대될듯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주로 원초적인 직·합작투자 방식과 증자방식에 의한 자본참여의 형태로 이루어져 왔었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참여의 경우 이를 위하여 특별히 제정된 외자도입법에 의해 별지장 없이 그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와 같이 외국자본이 국내 기존업체의 기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따로 외환관리법에 의한 인가를 받아야 하도록 제한돼 있었다.
따라서 이번 외국업체에 대한항공의 기 발행주식 인수를 허가키로 한 첫「케이스」는 바로 그 외환관리법에 의한 외국인투자인가의 선 예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외자도입에 두개의 「채널」을 열어 놓게된 것이다.
오늘날 국제적인 자본이동은 국경이나「이데올로기」의 차이를 어느 정도 초월해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북한당국자들 조차가 미국·일본·서독 등 서방국가에서까지 자본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은 이 같은 추세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종래 외자도입 문제에 있어 각 국이 전통적으로 취해온 고전적 태도는 이른바「매판자본」과 결부된 경제권의 양도라는 우려 때문에, 외자를 받아들일 경우에도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시키고, 여타의 비 필수적인 평화산업 분야에만 투자를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국내자본의 영세성이 가져오는 성장의 둔화문제와「노하우」(과학기술)의 후진성에 따른 생산성의 정체문제 때문에 오히려 국내자본과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간산업분야 일수록 외국인 투자를 더 환영하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외자도입에 있어서는 서 상의 두 가지 객관적 상황의 변화 외에도 또 한가지 국가안보 등 경제외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제반 고려 끝에 이루어진 외대도입에 있어서도 외자공여국가의 국적별 균형과 그 업종별, 균형유지를 깨뜨려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말현재 우리 나라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국별 내용을 보면 총 3억4천2백30만 불 중 미국이 52·3%에 해당하는 1억7천8백90만 불, 일본이 37·5%인 1억2천8백50만 불, 기타가 11·2%인 3천4백90만 불의 구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업종별로는 섬유 및 봉제품 16·4%, 전자 및 전기제품 15·8%, 자동차 및 운전 업 12·6%, 석유 9·6% 등이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주식지분비율로는 외국인이 50%이상 투자한 업체가 총 4백41개업체중 1백56개(전액투자 78개)이고 50%씩 내국인과 같은 비율 인 업체가 1백22개, 50%미만이 1백63개로 돼있다.
이 같은 외국인투자현황으로 미루어 우리는 외국인투자가 90%가까이 미·일에 편중돼 있고, 외국인이 50%이상의 주식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가 전 투자업체의 절반이상이며, 업종별로는 중화학 및 중공업 분야보다 경공업부문에 치중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그 업체가 내수중심이냐 수출중심이냐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다른 것이지만, 현재 석유부문에 있어선 외국인의 투자비율이 높아 가격문제에서 만도 정부가 곤경에 몰리는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외환관리법에 의해서까지 외국인투자를 인가하려면 경영도의 문제나 경제적인 효과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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