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한국경제 생존 프로젝트, 경제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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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각종 개혁 바람 속에 경제가 뒤숭숭하다. 그러나 우리가 내부 개혁에 몰두하는 사이에도 밖에서는 21세기 경제 중심국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국가 경쟁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됐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은 각국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됐을 정도다.

특히 동북아지역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세계 어느 곳보다 21세기 경제강국의 자리다툼이 심하다. 이같은 절박함은 지난해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경제특구 구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특구와 관련한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은 여전히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새 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인식의 혼란과 이해의 부족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이러는 즈음에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한국경제 생존 프로젝트, 경제특구'는 경제특구에 관한 그간의 논의를 집대성하고, 앞으로 추진할 바람직한 경제특구의 건설 방향을 제시해 주목되고 있다.

1부에서는 경제특구의 개념과 필요성부터 성공조건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조목조목 짚어 경제특구의 의미와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특히 3장 '장보고를 통해 본 경제특구의 역사적 교훈과 가능성'은 해상왕 장보고가 누볐던 9세기 동북아 상황과 현재를 넘나들며 특구 개발의 역사와 전략을 비교.설명하는 독특한 접근법으로 눈길을 끈다. 장보고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은 경제특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풍성한 사례를 들고 있어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2부는 우리나라의 경제특구 모델로 벤치마킹할 만한 다섯 나라의 사례를 현장조사를 통해 소개했다. 외자유치의 성공신화로 꼽히는 아일랜드, 물류 중심의 네덜란드, 복합단지를 꿈꾸는 중국 푸둥(浦東)신구,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스웨덴, 지식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싱가포르가 바로 그들이다.

이 책은 보기에 따라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 경제특구 문제를 평이한 문체로 풀어내 정책 당국자나 학계.업계는 물론 관심 있는 일반인도 부담없이 읽을 만하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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