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측근 "지인에 채군 정보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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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관련 보도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불법 유출의 진원지로 국정원을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 모자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초구청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이 2009년 3월부터 6개월간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근무했던 것으로 27일 밝혀지면서다.

조 국장은 이날 오후 서초구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나를 행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며 “이후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 국정원장으로 간 직후 행안부 소속으로 국정원에 6개월간 파견돼 일했으며 2010년 1월 서초구청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국장은 “올해 6월 중순 지인의 부탁을 받고 김모(57·여) 팀장에게 지시해 김 팀장이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했고, 그 결과를 내가 지인에게 알려준 것은 사실”이라고 채군 모자 가족부 열람을 시인했다. 조 국장이 언급한 김 팀장은 가족관계기록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OK민원센터’ 책임자다.

 하지만 그는 “누가 부탁했는지는 검찰 조사 때 밝히겠지만 국정원 관계자(원 전 원장, 직원 등)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인사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조 국장은 또 “민원 사항에 대해 구청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 조회가) 불법인지, 채 전 총장과 관련한 정보인 줄 몰랐다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국장이 열람한 지난 6월 중순은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직후다. 가족부는 서초구청 내에서도 김 팀장 등 극소수에게만 열람 권한이 있다. 김 팀장은 가정 사정을 이유로 이틀째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본인 조회 요청 ▶직계가족을 비롯한 대리인 요청 ▶재판에 필요한 경우 ▶공무원 등이 공용 목적임을 소명한 경우에 한해 조회할 수 있다. 공용 목적으로 조회할 경우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문제 시점에 서초구청에서 채군 모자 가족부의 열람에 대한 승인·협의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국 관공서 어디서나 열람할 수 있는 채군의 가족부 정보가 왜 서초구청에서 조회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된 직후 청와대 관계자가 가족부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곳도 서초구청이다. 검찰은 조 국장이 원 전 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점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건은) 조 국장 혼자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선일보가 “채군 모자가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최근 대한항공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들 모자의 발권기록을 누가 열람하고 외부에 유출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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