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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vs풍경] ③ 독일 졸버레인 vs 강원도 삼탄아트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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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면

졸버레인의 권양탑. ⓒ RTG(Lueger Ralph)

시커먼 탄광에서 일류 예술을 즐긴다? 꿈이 아니다. 독일 에센(Essen)의 졸버레인(Zollverein) 탄광지대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졸버레인은 1847년 문을 열어 1986년 문을 닫기까지 독일의 석탄 산업을 이끌었다. 외화벌이 꿈을 안고 고국을 떠났던 우리나라 파독광부의 일터 역시 바로 이곳 졸버레인이었다.

유네스코는 2001년 졸버레인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독일 중공업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현재 졸버레인은 산업지대가 아니라 예술지대다. 세계 권위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 수상작을 전시하는 레드닷 뮤지엄을 비롯해 박물관, 예술학교, 작가 스튜디오 등이 있다. 폐광 전 모습을 보존한 시설도 많아 세계 각지에서 매년 약 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2 삼탄아트마인 전경. 3 삼탄아트센터 내 현대미술관. 삼탄아트센터는 과거의 탄광 종합사무동을 리모델링 해 조성한 건물이다.

탄광에서 폐광, 다시 문화공간으로 반전을 거듭한 곳은 한국에도 있다.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이다. 1962년 설립돼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전신으로, 폐광 12년 만인 올해 5월 복합 문화시설로 다시 문을 열었다.

거대한 수갱탑이 시선을 끄는 야외 전경부터 예술과 접목한 내부 공간까지 졸버레인과 닮았다. 조차장 시설은 과거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석탄을 캐고 나르던 현장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종합사무동은 리모델링을 거쳐 삼탄아트센터로 변했다. 옛 샤워실·화장실·세화장 등이 각종 역사·예술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작가 스튜디오와 현대미술관, 미술 체험공간 등도 갖췄다. 과거 광부들의 삶도 엿보고 예술의 낭만도 가져갈 수 있다.

글=백종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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