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높아도 계약은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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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요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올 들어 분양된 서울 강남권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률은 기대 이하다.

이 때문에 "분위기에 휩싸여 청약했다가는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분양된 잠실 롯데캐슬골드.목동 하이페리온 등과 같이 초기에 거액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는다.

올 들어 강남권에서 나온 주상복합아파트는 서초동 삼성 트라팰리스, 석촌동 신동아 로잔뷰, 서초동 태영 데시앙루브, 가락동 성원상떼빌 등이다. 트라팰리스만 2백50여가구일 뿐 나머지는 대부분 1백가구 안팎의 소형이다. 따라서 지난해 나온 주상복합처럼 투자자의 관심을 끌 만한 상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률은 평균 수십대 1을 기록했다. 트라팰리스는 평균 87대 1, 로잔뷰는 39대 1, 데시앙루브는 21대 1, 상떼빌은 35대 1 등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계약률이 대부분 50% 이하를 맴돌았다. 초기에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 않아 투자수익이 없다고 본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때문이다. 청약자의 70% 이상이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 아니면 단기투자를 노린 가수요였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너무 비싼 탓이라고 지적했다. 석촌동 로잔뷰의 분양가는 평당 1천2백만~1천5백만원이고 가락동 상떼빌은 평당 1천1백만~1천3백만원이었다. 서초동 트라팰리스는 평당 1천5백만원을 웃돌았고 데시앙루브도 1천4백90만원대였다.

지난해 11월 나온 잠실 롯데캐슬골드의 대부분 평형이 평당 1천2백만~1천3백만원대였고 목동 하이페리온이 평당 1천2백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즘 주상복합아파트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가늠된다.

아무리 강남권이라지만 시세 차익이 나지 않는데 누가 계약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된 주상복합 가운데는 분양가에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을 정도다.

또 요즘 나오는 주상복합이 한개 동에다 평형이 다양하지 않은 단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주상복합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많지만 분양가가 비싸 투자여건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계약률이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공급업체는 "땅값이 워낙 비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데시앙루브 부지의 경우 평당 5천5백만원이나 들었으며 강남권의 웬만한 주상복합용 부지는 평당 3천만원을 넘는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전반적으로 땅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업체들이 인근 아파트 꼭대기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산정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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