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발표 모레인데 수능 문제 잇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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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27일)가 다가오는 가운데 수능 문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에선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EBS연계 70% 등 지나치게 많은 수능 출제 지침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문제는 세계지리 8번이다. ‘ㄱ~ㄹ’ 네 개 보기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는 문제였다. 수능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0년 이전 통계를 근거로 한 교과서와 EBS 교재를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보다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크다’는 보기(‘ㄷ’)가 들어간 답지를 정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NAFTA의 GDP가 EU보다 더 크다는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근거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명백히 틀린 사실을 기술한 보기 ‘ㄴ’과 ‘ㄹ’이 ①③④⑤에 포함돼 있어 ‘ㄷ’이 논란이 된다 하더라도 정답인 ‘②ㄱ, ㄷ’을 고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박남화 홍보실장은 “복수 정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응시자 전원을 만점 처리하면 교과서와 EBS를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손해를 봐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이런 판단의 근거로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2008년 10월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나온 ‘확률’ 문제였다. 정답인 ③번 답지에 오류가 있어 수험생 29명이 ‘정답 없음’으로 처리해 달라고 소송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보기인 ①②④⑤가 명백히 잘못됐다는 점을 근거로 “객관식 문제의 답이 미흡하거나 부정확하더라도 수험생이 정답을 선택하는 데 장애를 받지 않는 정도라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기존 EBS 교재를 활용한 영어B형 39번 문항도 모 입시학원이 만든 수업자료와 비슷해 논란이 됐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접수된 이의신청은 지난해(598건)보다 다소 늘어난 626건이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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