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부통령>
이 대통령과 장면박사와의 관계는 지난52년 정치파동 직전부터 나빠졌다.
그때 사이가 벌어진 이유는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는 이 대통령의 뜻에 거슬러 장 박사가 내각 책임제 개헌을 해 국무총리가 될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이 박사로서는 주미대사를 거쳐 국무총리로까지 키워놓으니 이제와서 나를 배신하느냐는 노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장 박사가 야당인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와 56년 선거에서 만송을 누르고 당선되니 이박사가 장 부통령을 탐탁히 여길 리가 없었다.
「원·맨쉽」이 강한 성격이라 부통령에게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이 대통령은 더욱 부통령을 도외시하게 됐다.
이 대통령과 장 부통령의 사이가 나쁜 것은 두분 모두에게 잭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아랫사람을 포용하지 못한 이 박사나 대통령에게 정적이란 의식을 너무 강하게 가진 장 박사나 국가를 위해 막한 일이었다.
이 박사는 가장을 못하는 성격이다. 좋고 나쁜 것이 얼굴표정이나 행동에 그대로 나타난다. 장 박사에 대해서 뿐 아니라 외국인의 경우에도 언짢은 마음을 품고있을 경우 외면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성격이기 때문에 정·부통령 취임식 식장에서부터 장부통령과의 거리가 느껴졌다.
우선 식전의 명칭부터 정·부통령 취임식이 아니라 제 3대 대통령취임식이었으며 장 부통령의 자리가 마로 마련되지 않고 귀빈석에 앉도록 되어있었다. 장 부통령은 대통령이 입장할 때 악수한번하고 꽃다발을 2개 받았을 뿐 공식적으로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먼 산만 바라보며 취임식을 끝낸 장 부통령은 이날 오후 부통령이 된 뒤 첫 담화를 냈다. 그 내용이 이 대통령을 거슬리는 것이었다. 첫째로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을 내세웠다. 권력의 남용은 국민의 마음속에 불안의 씨를 뿌리는 것이니 관은 자숙자계해야 하고 민은 신념과 용기로 자기권리를 보전해야한다고 했다. 둘째는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의 촉구였다.
자유당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통령이 국가와 대통령을 헐뜯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이익흥 내무장관은 국가와 대통령을 모독한 장 부통령을 입건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장 부통령에 대한 이 박사의 감정이 원래 좋지 않았지만 그보다도 「라이벌」이었던 만송과 그밖에 이런 사람들 때문에 두분의 사이가 더욱 소원해진 것이다.
자유당 사람들이나 일부 장관들은 장 부통령이 실권자인 만송의 「라이벌」이란 사실과 대통령의 유고시 계승권을 갖고있기 때문에 더욱 장 박사를 괴롭혔다.
이 대통령은 비록 사이는 나쁘더라도 부통령을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괘념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아부하려고 극성을 부리는 사람을 말리기까지 했다.
이 내무장관의 장부통령 입건주장을 꺾은 것도 이 대통령이다. 이 박사는 입건 건의를 하러온 내무장관에게 『법을 집행하는데 사사감정을 포함시켜서는 안돼. 장면이 야당출신이라해서 입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어』하고 단호히 거절했다.
한편 만송 측근 사람들의. 원격 조정으로 정가에서는 이상한 개헌움직임이 있었다.
대통령 유구시 부통령의 계승권을 없애고 대통령제를 내각책임제로 고치자는 것이다. 목표는 물론 야당출신인 장부통령의 계승권을 뺐자는데 있었다.
그러나 내각책임제 얘기가 섞여있으니 이 대통령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대통령은 자유당 간부들에게 『내가 살아 있는 한 내각책임제는 안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대통령의 의도를 확실히 안 만송도 공식적으로 개헌 반대의 뜻을 밝혀 소위 편승파의 의원들의 개헌 기도는 좌절됐다.
그러나 그 후 얼마 안 지난 9월28일 하오2시38분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시공관에서는 한발의 권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부통령에 취임한지 한달 반도 못된 장 부통령에 대한 저격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김종원 치안국장은 민주당 신·구파 싸움이나 공산주의자의 음모인 듯이 사건을 위장했자만 자유당 인사와 경찰이 배후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지금은 만 천하에 밝혀졌다.
다행히 장 부통령은 왼손에 총을 맞아 무사했으나 이 사건은 정부와 자유당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
이미 자유당 때도 저격범 김상붕의 폭로로 김종원 치안국장 이하 경찰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4·19 후 자유당의 임흥순씨가 자유당의 몇몇 정객과 논의하여 이익흥 내무부장관에게 지령했다는 사실전모가 밝혀졌다
나같이 경무대에 있던 사람들의 판단으로는 장 부퉁령의 계승권을 겁낸 무리들이 이 대통령과 만송의 뜻을 자기 멋대로 헤아려 저지른 범죄란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이 나자 크게 진노했다. 즉시 김 치안국장을 불러 사건의 배후를 철저히 가려내도록 엄명을 내렸다.
『암살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행동이야 왜 그토록 장 부통령을 미워하는지 이상해. 배후를 곡 캐내서 나와 국민이 납득하드록 사건을 해결해.』 치안국장을 내보낸 대통령은 만송을 불러들여 혹시 그가 관련되지 않았나해서 간접적으로 떠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계속>계속>장면>
경무대 사계(91)김상래(제자 윤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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