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상현 의원, 원내 수석부대표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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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른바 ‘친박 실세’ 중의 실세다. 지난 대선 때 후보 수행단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듬뿍 얻어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집권당의 원내 수석부대표로 여야 협상과 국회 일정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소속 당 의원들의 국회 활동까지 통제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위세 때문인지 그제 열렸던 그의 출판기념회엔 1000여 명의 축하객과 60~70명의 국회의원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고 책 2500권이 순식간에 다 팔렸다.

 실세 정치인의 전형적인 과시형 출판행사다. 무엇보다 국회 본회의 일정까지 깎아먹은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출판기념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해 50분 동안 진행됐는데 이 때문에 2시30분에 잡혀 있던 국회 본회의 개회시간이 무력화돼버렸다. 개회 때 본회의장에는 재석의원 3분의 1도 안 되는 의원이 앉아 있었고, 거기서 300여m 떨어진 출판행사장엔 의원들 수십 명이 오가고 있었다.

 본회의는 국회의 여러 공식 회의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언제나 여야 협상의 핵심 의제다. 특검과 특위의 성립, 인사동의안, 법안과 예산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결되고 총리·장관들을 불러 대정부질문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날 본회의 일정도 윤상현 수석이 야당과 합의해 결정했을 것이다. 윤 수석은 개회 때 모든 의원이 제자리에 앉도록 요청하고 독려해야 하는 실질적 책임자다.

 본회의 개회 시간의 엄중함을 모를 리 없는 윤 수석이 그 30분 전에 바투어 개인 출판행사 시작 시간을 잡고, 결과적으로 본회의 일정까지 잠식한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의원은 몰라도 원내수석은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국민의 눈에는 권력에 취해 국회쯤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진 것으로 비춰진다.

 게다가 윤 수석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한 수사 내용을 검찰이 발표하기 30분 전에 미리 공개해 검찰의 내부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아무리 실세 정치인이라도 도에 지나치게 권력을 휘두르거나 자기 과시를 한다면 한순간에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