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결연한 군인정신으로 맞서 싸우다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국립대전현충원 묘비에 새겨진 전사일입니다. 오른쪽 1989년 8월 13일은 서 하사의 생일입니다. 21년3개월. 서 하사가 목숨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이 나라에서 살다 간 날입니다. 3년 전 그날 오후 2시34분. 다연장포와 방사포 등 170여 발의 포탄이 쏟아지던 그 시각. 병장 말년휴가 신고를 하고 부두를 향하던 서 하사는 부대에 복귀하다 파편에 맞아 전사했습니다. 이날 문광욱 일병은 부대에서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습니다. 문 일병의 생일은 1991년 12월 20일. 만 18년11개월을 살았습니다.
3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9일 오후 1시. 사진 취재를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한 저는 묘소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양복의 남성을 봤습니다. 혼자 묘비를 어루만지는 그의 표정은 슬펐습니다. 고개를 숙여 한참을 묵념한 그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다시 묘비를 돌아보며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누굴까? 뒤늦게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한민구(62)씨를 알아본 저는 물었습니다. 한 전 의장은 “당시 군 책임자로서 차마 그날의 슬픔을 잊지 못해 참배 왔습니다”며 “다시 한번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 국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인터뷰 요청을 위해 전화통화했습니다. 한 전 의장은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전사자묘역 참배행사는 22일 오후 2시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습니다.
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