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대법원, 시의회가 강행한 임금 인상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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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민간부문의 임금정책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저임금과 같은 사회보장형 임금정책도 경기와 글로벌 경쟁력, 고용 사정을 고려해서 편다. 따라서 경기가 좋을 때는 임금이 크게 오르기도 하고, 경제 상황이 나쁘면 떨어지는 등 임금변동성이 크다. 임금을 규제정책으로 묶어두는 사례는 흔치 않다.

 #올해 8월 5일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지난해 뉴욕시의회가 통과시킨 적정임금법(Prevailing Wage Law)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렸다. 이 법은 시 정부가 주인이거나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원, 경비원 등 서비스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크리스티 퀸 시의회 의장이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이 법을 통과시켰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 법안 때문에 많은 사업체가 뉴욕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시의회는 강행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생활임금법(Living Wage Bill)’도 거부하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적정임금법 무효 판결이 난 뒤 줄리 우드 뉴욕시 대변인은 “이 법안은 뉴욕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을 위협했다. 투자를 쉽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논평했다.

 #영국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지난 6월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 자동인상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불황 때문이라고 했다. 빈스 케이블 산업경제부 장관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3년간 공공부문 정상화를 위해 총인력의 8~10%가 삭감되는 것이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임금동결 및 삭감으로 공공부문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한 일본에선 기업들이 경력직이나 신규채용을 줄일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월 전국 2만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력직과 신입사원 채용을 억제한다는 응답이 22.8%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기존 직원의 인건비도 억제한다는 응답을 한 기업이 52.5%에 달했다. 60세 전후의 임금은 그 이전의 60% 선이거나 60%도 안 된다는 응답도 67.1%나 됐다.

 이지만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외국은 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투자와 고용사정을 악화시키게 되면 결국 전체 경제를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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