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개발 온 세계가 함께|내한 중인 미국의 두 해양학자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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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구 표면적의 약 70%인 3억6천1백만 평방 km를 약 1백37경(경은 조의 만배)t의 물로 덮고 있는 해양. 여기엔 35억t의 생물자원, 65억t의 광물자원, 기타 10억t 등 1백10억t의 자원이 들어있다. 그야말로 인류를 위한 「자원의 보고」다. 그러나 이 「자원의 보고」를 이용하려면 1m 내려갈 때마다 1평방 m당 1t씩 더 압력이 가해지는 「수압의 벽」을 돌파해야 하고 생물자원은 축소재생산이 아닌 확대재생산을 해야 하는 등 난제가 많다. 아폴로 계획 등 우주개발계획에 쏟았던 열과 경비를 해양개발계획에 쏟고 있는 미국의 두 해양학자가 내한 중에 있다. 저명한 해양생물학자인 얼·시갈 박사(말레이지아 페낭대 교환교수)와 해양법 전문가인 노먼·도프 박사(필리핀 주재 미대사관 법률고문)와 정종락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소 수산가공 연구실장)가 합석한 자리에서 해양개발 가운데 전문과 관계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을 추려봤다.
아직 장소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73년에 열릴 국제해상회의를 현재 88개국이 참여하여 준비중에 있다. 거기선 수산자원·광물자원·영해문제·항해문제 등 세계 각 국의 이해가 얽힌 많은 당면과제가 철저하게 논의될 것이다.
한국은 88개국 안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본회의 참석을 위해 정식으로 초청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도프 박사는 말했다. 정 박사가 미국이 한국에 대해 동경 1백75도 이동에의 출어를 금지한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내자 해양법으로 박사 학위를 딴 법률가답게 미국 내륙지방에서 막대한 투자를 한 어류에 대해서 당연히 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도프 박사는 한 마디로 논평을 했다.
그리고 해양법상의 협정 같은 것은 쌍무적인 것보다는 다수적인 견지에서 대원칙을 세워 가지고 그 때 그 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도프 박사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오는 6월께 우리 나라 대륙붕에 묻혀있을 가능이 큰 석유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시추 보링 작업에 들어가는데 대해서도 흥미 있는 대화가 오고갔다. 특히 황해는 전역이 깊이 2배m 이내의 대륙붕이라는 데서 기기서 석유가 확인되는 경우 중공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그들은 석유가 나오기도 전에 우려를 표시했다.
대륙붕 자원문제로 영국과 덴마크 사이에 분쟁????????? 유명한 페르샤만 사건이 있었는데 우호적인 인접국끼리라 원만히 타결됐지만 한국과 중공은 적대국사이니 쉽게 해결이 나겠느냐는 것. 아직은 대륙붕의 자원개발 문제도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수천m 깊이의 태평양해저 등에 잠들고 있는 어마어마한 망강괴 등의 자원도 개발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럴 땐 미·소 등 강대국이 실력을 행사, 제멋대로 해저에 진을 치고 파내게 될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그 문제는 앞날의 큰 해양법의 문제라고 도프 박사는 전제하고 나서 그러지 않아도 말타국 대사가 71년12월에 유엔 총회에서 대륙붕을 넘어선 해저에서 발굴되는 자원은 인류 복지를 위해서 그리 특히 개발도상국의 원조를 위해 사용하자고 제안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 불리하게 체결된 한일어업협정 문제를 정박사가 꺼내자 기브·앤드·테이크의 토대(정치적인 뜻인 듯)에서 맺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슬쩍 피하기도.
시갈 박사는 특히 생물자원 문제에 대해 힘을 주어 말했다. 그는 한창 문제되고 있는 해양오염은 앞으로 세계 각 국이 다함께 합심해서 방지에 노력해 가지 않으면 인류의 보건과 영양에 큰 피해가 올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수은, DDT, PCB(폴리 염화 버페닐)에 의한 어개류 오염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하면서 일일이 실례를 들어 매우 설득력이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35억t의 생물자원이 있지만 그중 어류만도 현재 매년 약 6천만t씩 잡아내고 있다. 문제는 생물자원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거나 생산력을 더 늘려야지 해마다 어획고가 늘어갈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인류가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시갈 박사는 내다봤다.
생물자원은 문화재와 달리 재생능력이 있긴 해도 남획을 하는 경우 마치 한번 파괴된 문화재가 되살아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어류도 재생을 못하게 된다고 정 박사는 강조했다. 시갈 박사는 한국에도 옛날엔 연어가 하천을 따라 올라와서 산란을 한 것을 아느냐고 했다. 그러나 산에 나무를 마구 베면서 사태가 자주 났고 그에 따라 연어가 산란하는데 필요한 자갈과 모래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젠 한 마리도 볼 수 없게 되지 않았느냐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미국이 연어가 산란하러 올라갈 수 있게 하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느라고 그동안 수십 억불을 썼다는 이야기는 맛있는 연어를 한 마리도 못살게 만든 우리로서 매우 교훈적 사실로 받아들여야겠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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