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바뀌는 '박근혜 청와대' 연말 인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 가까이 되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얼굴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박근혜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하 인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더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취임 초기와 비교하면 대변인 2명을 포함한 비서관급 40명 중 아직도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35명이다. 5명(12.5%)이 9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웠다.

 가장 최근 교체 소식이 알려진 사람은 장진규 전 과학기술비서관이다. 그는 지난 10월 청와대를 떠났고, 대신 오태석 전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이 일하고 있다. 특히 기후환경비서관과 과학기술비서관이 소속된 미래전략수석비서관실은 수석비서관을 포함해 비서관 4명 중 3명(75%)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은 지난 8월 5일 청와대 2기가 출범하면서 윤창번 수석으로 교체됐다.

 최흥진 전 기후환경비서관은 가장 먼저 교체됐다. 환경부 국장 출신의 최 전 비서관은 당시 부인 소유의 부동산이 걸림돌이 돼 비서관 내정이 취소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을 지낸 이정섭 비서관이 일하고 있다. 뒤이어 물러난 사람은 윤창중 전 대변인이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순방 때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귀국과 동시에 경질됐다. 이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어 김행 대변인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과 서미경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지난 8월 청와대를 떠났다. 지금은 주광덕 전 의원과 김소영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각 업무를 맡고 있다.

 청와대는 비서관과 행정관 인사에 대해 필요할 때 수시로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상당수 인사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끄는 청와대 2기가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어가면서 임기 2년차를 맞이한 새 진용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부처에서 온 비서관들이 다시 돌아가는 인사나 승진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행정관 일부가 자진해서 청와대를 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임기 막바지에 청와대 출신 직원들의 새 일자리를 알아봐 줄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임기 초중반에 스스로 나가 진로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에선 “일 잘하는 사람들이 일찍 나가면 임기 후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