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박원순 대항마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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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오를 조짐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이나 나라에서 필요한 일에 대해 승산이나 유불리를 따지면서 몸을 사려본 적 없다”면서다.

 여권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사람은 이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고 경청하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세계 7대 강국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선 충분하지 않다”며 “2년 반 동안 뉴타운 문제를 방치해 서울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계의 핵심 인사로 활동해 왔다. 최근엔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새누리당의 가장 큰 고민이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이나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지역 지지율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점차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11월 둘째 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새누리당이 39%의 지지율로 민주당(25%)을 크게 앞섰다.

당 핵심관계자는 “박 시장이 지난번엔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내년에 민주당 소속으로 나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국회 최다선(7선)인 정몽준 의원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완패할 것이란 얘기들은 소설”이라며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투표율 56% 기준으로 이보다 투표율이 낮으면 정몽준 의원이 박 시장을 이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 또한 서울시장 도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에서 영입론이 자주 나오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영입카드로 새누리당에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주 거론되는 이가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최장수(2년5개월) 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호남(전남 장성) 출신이라 민주당 지지층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게 영입론자들의 주장이다.

 김 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출마를 생각해 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출마를 부인하는 말에 가깝지만 출마 여지를 완전히 닫아놓진 않았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요즘 주변에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수위 대변인을 지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원희룡·나경원·홍정욱 전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아직은 변수가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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