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사랑하되 나를 먼저 사랑해야 더 행복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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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문학은 영화와 달리 작가가 해주는 일이 절반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독자 스스로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사진 경희대]

신장이 17cm로 줄어든 인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개미와 외계인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세상을 그려내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2)가 택한 시선이다.

그가 신작 소설 『제3인류』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17일 오후 2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그의 강연회에는 수용인원을 훌쩍 넘긴 4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두 시간 동안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오히려 다음 세대를 위한 길입니다.” 강연회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 신작 소설 『제3인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3의 인류는 현재 인류의 10분의1로 줄어든 크기다. 제1인류는 신장이 17m나 되는 거인이었다. 지금의 인류는 제2인류다. 진화는 여성화, 소형화, 연대성을 특징으로 한다. 개미를 오랫동안 관찰하며 얻은 결론이다. 소설은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준다. 진화는 스스로 발전시키며 무엇인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다.”

 -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작품활동에 부담은 없나.

 “판매 부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대신 글을 쓸 때 최대한 많은 독자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짓는다. 소수의 엘리트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모차르트나 빅토르 위고 등 대중에게 인기가 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가 있다. 그들 작품처럼 대중의 공감과 호감을 얻을 수 있도록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 지금 시대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문학이 영화에 비해 갖는 장점이 많다. 우선 내용의 깊이가 있다. 독자 스스로 텍스트를 읽으며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고유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다. 영화에 비해 보다 작품에 대한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고 독자가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문학은 작가가 해주는 일이 절반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독자가 스스로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자유로운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 문학의 능력이다.”

 - 왜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를 고민해야 하나.

 “누구든지 자신 고유의 내면 세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망각하고 남들만을 위해 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타인을 사랑하려는 경향이 더 짙다.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남들을 만족시키기에 앞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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