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차관의 계속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자도입심의위는 7일 3천1백여만「달러」의 차관도입과 2백여만「달러」의 외국인투자 등을 승인했다.
이들 외자심의위를 통과한 차관에는 소위 「아시아·달러」도입이 6백50만「달러」나 포함되어 있으며, 현금차관과 성질이 비슷한 물자차관도 1천1백60여만「달러」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경제가 차관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면서 3차 5개년 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자도입의 폭은 불가피하게 확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차관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불량하여 많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도입의 폭이 급속 확대되어 이를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겠느냐에 상도할 때, 외자도입의 질적인 엄선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새로 도입하는 외자의 성질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것이며, 가급적이면 저리장기차관의 비중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차관도입의 사업성·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과거보다 더욱 엄밀히 따져야 할 입장에 있다는 것도 또한 분명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 외자도입심의위를 통과한 신규차관사업들이 과연 이 나라 경제의 실정에 비추어 외자도입의 질적 엄선 및 사업성 그리고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라는 면에서 필요불가피한 것이며 또 적절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당국도 면밀한 재검토를 가해야할 줄로 안다.
일반적으로 물자차관이나 「아시아·달러」는 상환조건이나 금리 면에서 몹시 불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에 통과된 사업들이 얼마나 불리한 조건을 내포하고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불리한 것이라면, 그 보완책을 사전에 마련해서 최종적으로 이를 확정 시켜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외환사정으로 보아 물자차관도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시인한다 하더라도 물자차관이 방만하게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임도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가 3차 5개년 계획의 집행에 필요한 외자는 시설 재 도입이라 하겠는데, 물자차관도입을 확대해 가면 결국 시설 재 도입을 위한 규제한도상의 여유는 그만큼 축소되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시설을 가동시키고 또 기존기업의 자금사정을 크게 완화시켜 줌으로써 기업활동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다는 장점을 물자차관이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너무 과대평가 한다면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운 국면에 빠져든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시설 재 도입 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물론이고, 물자차관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은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대신, 생산력증가와는 관계없는 부채의 증가로 장래부담이 더욱 커져 국민 경제적 결함이 가중된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생산력의 증가를 수반하는 차관도입만으로도 오늘날 차관기업들이 부실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 물자차관도입으로 일시적인 애로의 완화효과를 기하는 댓가로 장래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라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우기 국내 공금리가 하향추세에 있는 대신, 환율은 그 상승「템포」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물자차관방식으로 금융효과를 기대하려는 기업은 커다란 위험요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 지보하는 금융기관에는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있음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물자차관의 확대가 결코 소망스러운 것이 아님은 명백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