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선진국이라지만 장비산업은 아직 후진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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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의 국내 진출 논란을 계기로 국내 통신·네트워크 장비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지만 라우터(네트워크 연결장비)를 비롯한 핵심적인 통신·네트워크 장비는 대부분 해외 기업 제품에 의존한다. 적어도 장비 분야에서는 아직 후진국이란 평이다. 인프라 구축이 장비산업 육성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탓이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이 여야를 떠나 통신장비의 외국기업 의존 문제를 잇따라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비업체 스스로 평가하는 기술·브랜드 인지도도 낙제 수준이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올해 5월 국내 네트워크장비 상위 업체 69개(삼성전자 제외)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업체들은 품질·브랜드 인지도가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외국 경쟁기업의 최고 수준을 5점으로 보고 -5~5 척도로 평가할 때 품질은 1.6, 브랜드 인지도는 -2.7로 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세계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2011년 1638억 달러에서 올해 1755억 달러, 2016년엔 199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억 달러에서 올해 65억 달러, 2016년에는 76억 달러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3%대고 세계 시장 진출도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세계 시장의 강자는 스웨덴의 에릭슨, 중국의 화웨이,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 미국의 시스코, 핀란드의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다. 에릭슨은 2011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21.5%로 선두를 달린다. 유럽과 남미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화웨이(16.5%)는 아시아·아프리카와 같은 떠오르는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시스코는 최근 화웨이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고, NSN도 점유율이 하락세다. NSN의 뒤를 중국의 ZTE가 뒤쫓고 있다. 국내업체론 삼성전자가 2.3%의 점유율로 8위권이다.

 정부도 장비 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일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장비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국내 ICT 장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이에 따라 이달 말 네트워크·방송·컴퓨팅 장비 등 분야별 세부 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중소 장비업체 S사의 한 임원은 “육성방안은 이전에도 여러 번 나왔지만 구호로만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엔 화웨이 쇼크도 큰 만큼 실질적인 지원·육성 대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앙선데이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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