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대화록 유출 의혹,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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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NLL 대화록)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의혹은 오늘 오후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대화록 실종 의혹과 함께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그제 김 의원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김 의원은 당 총괄선대본부장이던 지난해 12월 14일 부산시 서면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대화록을 무단으로 열람·공개한 혐의로 권영세 주중 대사 등과 함께 고발된 상태다. 김 의원은 조사를 마친 뒤 대화록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 찌라시(정보지) 형태로 대화록 중 일부라는 문건이 들어와 검토 후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 의원의 해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난 6월 당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때 대화록을 입수해 다 읽어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선거를 이틀 앞두고 국정원이 NLL 문건을 가지고 왔다”고 밝히면서 대화록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물론 김 의원 주장대로 선거전이 불붙은 상황에서 정보지 내용을 거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문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다. 앞서 검찰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공개 소환하면서 김 의원 등은 서면조사로 마무리하려다 뒤늦게 소환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수사 자세에 많은 국민이 “대화록 실종은 샅샅이 뒤지고 유출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 소환조사까지 ‘진술 받아쓰기’에 그친다면 수사의 중립성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분명하다.

 검찰은 김 의원이 유세에서 낭독했던 자료의 출처가 어디인지, 대화록이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대화록 수사는 결단코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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