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바마 자꾸 때리는 클린턴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빌 클린턴

‘비판대장(critic-in-chief)’.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가 12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쓴 표현이다. 대통령을 뜻하는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를 비튼 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발간된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가 도입되더라도 원하는 국민에게는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법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싼값에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월 오바마케어가 시행된 뒤 미국에선 200만 명이 보험사로부터 기존 보험을 취소당했다. 보험사들이 “오마바케어가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보장범위를 현 보험료로는 제공할 수 없다”며 보험료를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을 취소당한 이들은 비싼 보험을 다시 들거나 아니면 오바마케어에 가입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이어져 건강보험 상실자가 12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러다 보니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에서 싸늘한 민심과 마주하고 있다. 커트 슈레이더(민주·오리건) 하원의원은 이날 자신도 피해자라며 “대통령이 국민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의사인 나도 보험을 취소당했다”며 “나는 대안을 찾겠지만 나와 같은 일을 당한 국민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선 당 내 이런 여론을 감안해 비판의 총대를 멘 셈이다. 오바마케어의 지지자임을 자처했던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비판에 나서자 야당인 공화당은 반색했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된 법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견해를 대변한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CNN 등이 클린턴의 발언을 “전직 대통령의 현직 비판”이라며 긴급 뉴스로 다루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파문 진화에 나섰다.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며 “대통령은 지난주 이미 참모들에게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바마 때리기’를 차기 대선을 겨냥한 포석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에 대비해 오바마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열에 발을 걸쳤다는 의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바마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비공개 행사에선 시리아 사태 개입을 주저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새로운 지역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는 여론조사 결과에만 기대어 (사태 개입에 나서지 않는 것은)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