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암푸1에 올랐다, 한국 산악계가 살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9일 오후 1시(현지시간) 암푸1원정대의 안치영 대장이 해발 6700m 칼날 능선 구간을 돌파하고 있다. 고요한 눈 세상으로 보이지만 강풍이 분다. 촬영 시점 2시간 후 안 대장을 비롯한 오영훈·김영미 대원은 세계 최초로 암푸1 정상에 올랐다. [사진 암푸1원정대]

지난달 9일 국내 젊은 등반가 그룹이 네팔 히말라야 암푸1(6840m)에 세계 최초로 발자국을 남겼다. 안치영(36·반트산악회), 오영훈(35·서울대 농생대산악회), 김영미(32·아웃도어스)가 주인공이다. 산의 높이는 7000m에 미치지 못하지만 산악계는 암푸1 등정을 높이 평가한다. 에베레스트(8848m)와 마칼루(8463m) 사이에 자리 잡은 암푸1은 10여 년 전까지 신비에 싸인 봉우리였다. 8000m 거봉들에 가려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네팔관광청의 등반 허가 이후 일본원정대가 두세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강풍이 끊이지 않고, 표고차 1000m의 거벽은 텐트 칠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결과 못지않게 등반 과정도 알찼다. ▶아직까지 미등정으로 남아 있는 봉우리를 ▶소규모 원정대를 꾸려 셰르파(고소 등반 가이드)의 도움 없이 알파인 스타일로 ▶세 명의 대원이 수시로 등반 루트를 변경하는 창의력을 발휘하며 등정에 성공했다. 알파인 스타일은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공격적인 등반을 말한다. 아웃도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홍보와는 상관없는 순수 후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산악계는 지난 2011년 고(故) 박영석·김형일 대장 사고 이후 갈팡질팡했다. 두 대장과 함께했던 패기만만한 젊은 등반가들을 한꺼번에 잃어 원정대를 꾸리기도 어려웠다. 히말라야 원정 빈도도 줄며 한국 산악계 전체가 침체됐다. 이런 가운데 암푸1 원정대가 값진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엄홍길(53·밀레)·김재수(52·코오롱)·김창호(44·몽벨) 대장이 14좌 완등 후 사실상 고산 등반을 마무리한 상황이라 신세대의 등장이 더 반갑다.

 이들은 한국 산악의 미래를 이끌 30대 유망주다. 안치영 대장은 2006년 히말라야 최고 난이도 벽으로 알려진 로체 남벽(8516m)에 도전해 8200m 지점까지 올랐다. 국내 산악인으로는 최고 높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김창호(44) 대장과 함께 네팔 힘중(7140m)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다. 김영미 대원은 2008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으며, 오영훈 대원은 지난해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했다.

김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