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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학교(KIS) 제주, 재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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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거주한 적이 없어도 갈 수 있는 국내 국제학교가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일제히 입학설명회를 개최한다. 외국에 유학을 가지 않고도 미국·영국식 교육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는 학생과 학부모가 상당수다. 하지만 학교 측 설명 외에도 꼼꼼하게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 비싼 학비를 내고 국제학교에 들어갔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본지가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학업 중단 학생 현황 자료(2013년 9월 기준)에 따르면, 한국국제학교(KIS) 제주캠퍼스는 2012~2013학년도 전체 재학생 373명 중 140명(37.5%)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생 10명 중 네 명 가까이가 학교를 떠난 것이다. 특히 4학년과 6학년은 절반이 넘는 학생(각 59.3%)이 그만뒀다. 2011~2012학년도에도 재학생 353명 중 93명(26%)이 도중에 다른 곳으로 떠났다. 2011년 문을 연 KIS제주는 개교 3년째인데,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 셈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학업 중단 사유는 거주 이전이나 진로 변경, 유학 등이었다. 그런데 개교 후 1년간 이탈한 사유에 징계도 포함돼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따돌림 같은 학생 간 갈등 문제가 생겨 자퇴를 권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KIS제주는 영어교육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485억원이 투입돼 제주도교육청이 설립한 곳으로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 국제학교 중 유일한 공립이다. YBM시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자녀를 보낼 국제학교를 알아보던 김모(43·서울 서초구)씨는 “세금을 들여 교육청이 세운 학교의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2년 만에 이렇게 많은 학생이 학교를 떠났느냐”고 의아해했다.

 국제학교 학부모들은 교육 과정에 민감하다. KIS제주는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이 없다. 송도 채드윅이 초등학교 과정을, 제주에 있는 브랭섬홀아시아(BHA)와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이 고교 과정인 IB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IB프로그램은 외교관이나 해외 주재원 부모를 따라 다른 나라에서 교육받는 자녀를 위해 1968년 만들어진 국제적인 교육프로그램. 현재 145개국 3676여 개 학교가 활용 중이다. KIS제주 홍정은 부장은 “우리 학교는 WASC(미국서부교육연합회) 인증을 받아 미국 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IB프로그램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 국제학교를 비교해 본 김연진(45)씨는 “훨씬 체계적인 IB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이를 브랭섬홀아시아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KIS제주는 공립이라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연간 학비가 1500만원가량 싸다. 하지만 “영어로 가르치는 한국 학교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자녀를 NLCS제주에 보내는 김모(39)씨는 국제학교를 고르던 중 KIS제주의 입학설명회에 갔다 놀랐다고 했다.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하던 중 ‘수학 선행’에 대한 얘기가 나와 “제주도에서 학원을 다녀야 하느냐”고 물으니 KIS제주 관계자가 “필요하면 하라”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학원 뺑뺑이가 싫어 국제학교를 보내려던 참이라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KIS제주 측은 이와 관련해 "사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인성을 제대로 교육하는지를 따지는 학부모도 많다. 두 자녀를 KIS제주와 BHA에 보내는 한 학부모(41)는 “BHA는 학교에서 벌레만 물려도 교사가 전화나 e메일로 알려주는 반면 KIS제주는 아이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녀가 학급에서 괴롭힘을 당한 내용을 다른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에게 ‘선생님에게 얘기했느냐’고 물었더니 ‘가해자에게 경고만 주고 끝났다’고 하더라”며 “한국 학원처럼 수업만 가르치고 끝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학교 측은 "학생 실명을 몰라 사실 여부를 확인 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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