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양국의 대한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3일「로러즈」미 국무장관은 금년 미 외교정책의 큰 성과 중 하나가 주한미군 2만 명의 감축이었으나, 현재로는 주한미군 추가감축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박아 말하면서 현 주한미군병력은 4만3천명 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연말기념회견에서 국제정세 전반에 걸쳐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가운데 이 같은 확언을 한 것이다. 그가 미국은 중공에 대해 화해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중공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이익을 해치는 협상은 절대로 갖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또 4만3천명선의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 한국방위에 대안 불 퇴 전의 결의를 행동으로 표시하게 된 것은 최근의 시국동향에 비추어 우리에게 가장 마음 든든한 소식이라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 22일 일본의 복전 외상도 최근 일목의 대 중공 접근 책과 북괴와의 교류확대움직임 속에서도 일본이 한국경부를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일본정부의 기본방침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언명했다. 그는『일본의 평화와 번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없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제3차5개년 계획에 최대한의 협력을 할 생각이라고 일본정부의 방침을 공적으로 재확인했다. 또 그는 북괴 김일성이 한일조약폐기를 주장한데 대해서『한-일 우호관계의 기초가 되는 한-일 조약의 폐기는 생각한바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북괴에 대한 정부융자·북괴요인과 기자입국문제 등은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판단하겠다고 말하면서 유엔에서 남-북한 동시 초청 안이 제안될 때는 한반도와 새로운 정세를 고려하면서 관계우방과 협의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표시했다고 한다.
일본외상의 이 같은 언명은 일본이 미-중공접근의 새로운 정세변화에 따라, 대 북괴정책을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 한국정책의 기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최근 수개월내 일본의 대 북괴접근은 비록 그것이 민간 베이스의 교류라 하지만, 상당히 활발한 양상을 노 정했었기 때문에 우리정부와 국민의 감정을 손상한바 컸고, 이 때문에 일본이 공공연하게『2개의 한국정책』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짙게 했었다.
따라서 이번 복전 외상의 언명은 일본이 대 북괴정책은 완화하되 한반도에서 합법성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생각임을 밝힌 것으로서 우리정부나 국민이 느꼈던 의혹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미-일 양국의 대한정책의 기본이 불변 하다는 것은 우리를 크게 안심케 하는 것이나「마셜·그린」미 국무차관보가 내다본 것처럼 1972년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은 동남아를 떠나 미-소-일-중공 4대국이 각축을 벌일 동북아로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므로 한반도를 싸도는 국제정세는 퍽 유동적일 것이다.
이 국제정세 급변의 소용들이 속에서 안보외교를 벌여 국익을 신장키 위해서 우리는 세계4강의 대한정책의 추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조사·분석하고 냉정히 평가토록 해야 한다.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것은 정세변화의 도전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도전에 직면해서 용기를 상실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국민들 자신이요, 국민의 용기라는 것을 강조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